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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Dec 06. 2022

눈 쌓인 첫날

흰눈은 감성이다

창문 밖에 눈이 쌓였다. 첫눈은 며칠 전에 내렸지만 그 때는 늑장 부리다 응달의 눈밖에 마중하지 못 하여 별 감흥을 느끼지 못 했다. 오늘은 늦기 전에! 식 전부터 카메라 준비.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나서는 뒷통수에 던지는 아내의 걱정 섞인 핀잔!

"그 눈이 그 눈이고 그 경치가 그 경치다."

백퍼 맞는 말이다. 


눈은 좋은 것 보다 나쁜 면이 훨씬 많다. 운전 조심 빙판 조심에 눈 치우기 특히 몇 년 되지도 않은 이야기. 막내 녀석 군 생활 중에 녹아 드는 내 경험. 눈만 오면 잠 못 들만큼 하던 걱정. 그래도 하얀 색의 눈은 이 모든 것을 덮어 주는 힘이 있다.


해서 눈이 내리면 설레는 것이 어린이와 강아지만은 아니다.

아파트 입구 부터 앵글 속에 상상 마음껏 담아본다.


바로 현관 앞에 있는 자연이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부터 고목에 피는 꽃. 몇 십년만에 만난 첫사랑과의 약속.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오늘 만났다.

"첫눈 올 때 왜 안 나왔어!"

"그 때는 눈이 오다 말았쟎아, 오늘이 눈 쌓인 첫날이다."

"으이구 어째 그 때나 꼭 같냐."

"왜가리도 눈 오니 좋은 모양이다. "

이건 막장이다. 


논리니 이성이니 개연성 따윈 생각지 말자. 상상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 못 할까!

눈은 이성이 아닌 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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