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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an 09. 2023

 진격 라스베이거스

과소비라는 약간의 거부감과, 세계 최대의 환락가란 호기심으로 중무장한 채 라스베이거스로.  

아내의 말씀! "돈 생각 마라. 죽을 때 안 가 간다, 수술실 드가는데 불쌍해 못 보겠더라." 

과소비란 생각은 잠시 접어 두자. 언제 다시 오겠나? 

ㅋㅋㅋ.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세 번 더 왔다.


LA카운티만 벗어나면 지금까지 본 미국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와우!" 란 감탄사가 먼저 나오는 경치.  정말 미국은 크다.  우리는 구절양장이란 말을 쓴다.  이곳은 굽이 하나 없는 곧은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터널,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는 도시들,  재수 없으면 교통체증까지!   이런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선인장의 한 종류 같은 자그마하고 바싹 마른 식물들만 보이는 그냥 황량한 도로뿐이다. 


주위에 보이는 게 없으니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끔씩 추월해 가는 트럭들이 보일 뿐. 답답한 마음에 속도계를 보니 100에 고정되어 있다.  좀 더! 다시 생각해 보니 미국은 마일을 사용한다. 멀리 산과 전신주만 보이니 천천히 달리는 것 같지만 시속 160킬로 미터다.  고층 건물이 휙휙 하면 나는 엄두도 못 내는 속도다.  절에 온 색시 노릇.


몇 시간을 달려 조그마한 마을에 도착.  우리 식으로 하면 휴게소 정도.  간단한 점심. 딸이 주문하는 사이. 주위를 구경하고 있으니 누가 와서 묻는다. “라인...?” 뒷말은 못 알아듣지만 “노” 자리를 비키니 주문하러 간다. 미국인은 준법정신이 투철하다? 그럴 수밖에 없단다. 중국은 50개가 넘는 민족이 모여 산다지만 미국은 160여 민족이 있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 법까지 무르면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식당에서 청소를 할 때엔 반드시 주위가 미끄럽다는 표시를 한다. 그게 없으면 소송이 들어 올 수가 있단다. "식당이 미끄러워 넘어졌다."  



비버리힐즈! 그 화려함! 인증 샷 한 장 못 남긴 아쉬움이 약간은 엷어진다. 잠시 차만 대고 한 방... 이건 인정에 호소하는 우리 방식.  문화에 우열은 없다.  단지 차이가 있을 뿐.  배가 부르니 주위의 풍경이 보인다. 식당 밖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 약간은 힘들어하는 듯한 모습이 영화 “터미네이트”의 주인공들이 로봇에 쫓기며 쉬어 가는 미국의 풍경과 같다. 어쩜 이것이 미국의 참모습이 아닐까?  땅값 비싸기로 유명하다는 LA의 부자들과 그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 한 무리들.  세계에서 가장 큰 요트장이 있다는 산타모니카의 모습과 LA 도심에 보이던 노숙자와 텐트들.  지금까지 내가 본 건 미국의 극과 극의 모습이었단 생각.  


왔던 길과 꼭 같은 길을 달린다. 어릴 적 본 서부영화에서 말을 탄 인디언들이 나타나던 그 언덕을 보면서. 나무로 된 전봇대와 출입금지를 나타낸다는 줄만 없다면 영화의 한 장면이다. 캘리포니아 주가 끝나는 지점에 망루가 보이고 그것이 주립 교도소란다. 캘리포니아 흉악범 수용소. 그곳을 지나면 네바다주. 도시 하나를 지나 두 번째 마주하는 도시가 바로 환상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드디어 도착했다. 다른 생각은 않겠다. 근 40년을  절약으로 살아온 내 삶에 대한 보너스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숙소는 나중에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는 트럼프 호텔. 숙소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내 모습이 미국 추리 드라마 CSI라스베이거스에서 보는 모습이다.  내일의 기대감은 마음속으로!


숙소에서 보이는 라스베이거스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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