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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Oct 25. 2023

선셋 비치

선셋 비치 가는 길. 커피도 한 잔 할 겸 휴게소에 들렀다. 이게 뭔 일. 주차장 복판으로 닭들이 뛰어다닌다. 손주들은 "치키! 치킨!" 하며 같이 뛴다. 치킨? 우리는 치킨이라면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다. 살아 있는 닭을 치킨이라니. 그런데 영어는 살아 있는 닭도 치킨이란다. 이 녀석들은 남매간의 대화는 영어로만 한다. 단 사위 없을 때만. 우리말 잊지 않게 집에서는 영어를 금지시킨다는데 이 녀석들에게는 우리말이 어려운 모양이다,

할애비와의 대화 하나. "오늘 토요일이지?" "엄마 토요일이 뭐야?" 일상적인 대화는 되지만 잘 쓰지 않는 우리말은 딸이 통역을 해야만 한다. 외손주 키워봐야 소용 없단  소리 곧 나오겠다.


닭 자체도 양념 반과는 다르다. 군살 없는 날씬한 몸매. 야생이란 의미다. 후에 들으니 이곳에 지진이 났을 때 양계장을 뛰쳐나와 야생화된 닭이란다. 하와이 식당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닭들이다. 식당 근처에는 먹을 게 있기 때문. 커피 한 잔 하며 인터넷 서핑.



선셋 비치! 파도가 높고 수심이 깊어 서핑하기 좋은 곳이라 세계의 서퍼들이 모이는 곳. 이름처럼 해넘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 일몰의 장관은 포기했지만 화면으로만 보던 서퍼들의 멋진 모습. 눈요기를 기대하며 도로를 달린다. 후에 보니 83번 국도라나 뭐라나. 이런 말은 조심스럽다. 특히 돈 얘기는. 잘 못 하면 가짜 뉴스가 될 수도 있으니까.


처음엔 선셋 비치가 아닌 줄 알았다. 너무 조용하다. 서핑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가족 단위의 휴양객들이 선탠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있다. "서핑은 어디서 하나?"

"아빠 그건 겨울 이야기다."

엥! 지금은 5월! 파도도 없고 주로 가족 단위로 힐링하러 오는 곳이란다.

좁은 섬인 하와이의 날씨가 몇 달 사이에 이렇게 달라지다니. 서핑은 11월에서 2월까지가 성수기란다.

AC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이런 곳이 오히려 더 좋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로 근 3년 동안 못 만난 딸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다. 딸이 내일은 사람 북적이는 곳으로 간단다. 이름하여 와이키키 해변. 아니 조용한 곳이 더 좋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다. 정말 가족들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사람들 피해 우리만 있는 곳에 주차.


여행은 날씨도 한몫을 한다. 하와이 하늘. 너무 푸르다. 미세 먼지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큰 땅덩이나 석유 채굴기 보다 이 하늘색이 더 부럽다. 흙놀이 좋아하는 손주들도 신이 났다. 코로나 시기에 모래를 잔뜩 사서 흙놀이 하며 집에서 버티었다는 녀석들이다. 활발한 손녀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놀이도.

딸의 걱정. 수심이 깊으니 수영은 내일 와이키키 해변에서 하란다. 사실 아직 5월. 물에 들어갈 마음도 별로...

구경할 것도 천지 삐까리다. 별난 모양의 나무, 바위, 모래사장...

그중 제일은 바다색과 하늘색 그리고 흰구름. 우리 어린 시절 최무룡이란 배우가 있었다. 최민수의 부친.

그분이 불러 히트한 노래 중 "단 둘이 가보았으면"이란 노래가 있었다.


"흰구름이 피어오른 수평선 저 넘으로

그대와 단둘이서 가보았으면

하얀 돛단배 타고 물새를 앞세우고

아무도 살지 않는 작은 섬을 찾아서

아담하게 집을 지어 그대와 단둘이

행복의 보금자리 마련했으면"


하와이의 하늘은 70 노인의 가슴도 뜨거워지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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