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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일흔

by 김윤철

11월

가을

비가 내린다

아주 많이 여름의 장마비처럼

빨래 건조대엔 입동이 부끄럽게

어제 입었던 반팔 티가 널려 있다.

11월이 가을을 불러온 게 아니라

세월에 밀려 11월이 오고

그렇게 가을이 된 것이다.

오기 싫은 가을도 가을

그래서 낙엽은 곱고

차창 밖의 들판도 가을걷이 중이다.

역시 가을은 풍요의 계절


일흔에서 멈춘 내 나이

폰 보는 눈이 시리다

의사는 먹구름이 부끄럽게

자외선 차단용 선그래스를 끼란다

내가 일흔을 불러 온 게 아니고

세월에 떠밀려 한걸음 한걸음

그렇게 일흔이 된 것이다

되기 싫은 일흔도 내 나이

그래서 가족도 사랑하고

건강 지킴이 운동도 열심이다

나이 일흔은 가을

겨울 전의 낙엽이 곱듯

아름다운 내 나이 일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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