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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n 30. 2024

MSG 조금 친 70대 부부의 일상

60대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1  아내의 장 보기


"장 보고 오께. 화장실 청소 좀 해조. 어깨가 아파서..."

"알았어."

장바구니 대신하는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나가며 아내가 미안한 듯 명령한다.

도둑이 저리다. 없이 OK.


아내는 며칠 전부터 물리치료를 다닌다.

오십견이란다. 70 나이에 50견이라니?

원인 모르면 오십견! 아니 노쇠 현상이란 말이 맞겠지.

병원에서도 원인이 나오지 않는단다. 그래도 어깨는 아프다.


백수 된 지도 십여 년. 체육관에서 근육 운동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오늘도 아침 운동. 찌뿌듯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요즘은 sns에 없는 게 없다.

너튜브에 나오는 대로 변기부터 바닥에 거울까지.

세제 뿌려가며 꼼꼼히. 마나님 신경 거스러지 않게 열심히!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는 했다.


자격지심! 아내의 어깨가 나 때문에 아픈 것 같다.

능력은 없는 놈이 욕심은 많다. 가장 나쁜 남편.

쉰 다 되어 낳은 터울 많은 늦둥이. 위에 누나가 둘! 제대로 산후조리도 못 했다.

정년 후에는 괜히 아내 눈치를 보게 된다. 특히 어디 아프다 소리만 하면 가슴이 뜨끔!


피곤함에 자리에 누워 TV 시청 중 문소리.

벌떡 일어난다. 캐리어 가득한 물건 나르기. 이것도 일인데 많은 것은 조금 있다 배달 온단다.

아내가 고생했다는 생각.


자리에 다시 누우니 옷 갈아입은 아내가 부른다.

"여 좀 와봐라!"

"와 또?"  약간의 짜증.

아내의 손이 가리키는 곳에 흥건한 물.

화장실은 열심히 했지만 바로 앞의 마룻바닥!

얼른 걸레를 찾아 바닥의 물을 훔친다.

나는 멘제기! 시키는 것밖에 못 하는 융통성 없는 멘제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참 많이 변했단 생각.

조금만 젊었다면.

"보는 사람이 닦으면 되지!"

지금은 두 말 없이 내손으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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