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국립공원
해발 2,000m면 한라산 보다 높다. 춥다! 올드 페이스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몇 걸음 걸으니 등이 시리다.
높이 값을 하는 모양이다. 주위를 살피니 어디서 온 관광객들인지 패딩을 입은 분들이 꽤 된다.
겨울 옷 준비하란 딸의 말에도 패딩까지는 생각을 못 했고 열대 사막 기후인 LA는 아무리 일교차가 커다지만 집에 패딩이 있을 리가 없다. 별 수 없이 가지고 간 옷을 모두 껴입었다.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니 고급 카메라를 목에 건 백인들이 꽤 많다.
관광지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한국 사람뿐이라는데 이곳은 예외인 듯.
동네에서 벌새 사진 찍으러 캐논 카메라 가지고 나갔다 포토그래프로 오해받은 경험도 있다.
자꾸 말 붙이는 아줌마들에 영어 안 되는 내가 고생한 경험.
그만큼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관광지가 이곳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란 말.
그런데 카메라 들고 여행 다니기엔 힘이 부친다. 이곳 사진은 모두 폰으로.
옐로스톤이 마그마 위에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이나 고온수와 수증기가 오르지만 이곳 페이스풀은 그 규모가 다르다. 다른 곳들이 올라오는 느낌이라면 이곳은 솟구치는 느낌이다.
올드페이스풀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간헐천(geyser)이다.
페이스풀(faithful)은 믿을 수 있는 이란 의미. 즉 물과 수증기 분출 시간이 일정하단 의미다.
주위에 분출 현황을 예보해 주는 시계를 보니 아직 30분이나 남았다. 창문으로 보기로 하고 손주들 곁으로.
인증샷을 남기기엔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아니 내가 너무 늙었다. 아! 옛날이여!
올드 페이스풀의 고온수와 수증기 분출 주기는 대략 90분이며
평균 높이는 40m. 최고는 55m까지 고온수와 수증기가 솟구친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평균 높이가 아니었나 추측.
나는 실내에서 보고 아내와 딸이 동영상을 찍어왔다. 남자 체면 참!
geyser란 지하의 용암과 지하수가 만나 물이 끓고 수증기가 생겨 그것이 일정한 압력에 도달하면 지상으로 분출되는 현상이다. 비슷한 말이지만 마그마가 온도가 더 높다. 그런데 나는 한국 사람. 마그마보다 용암이라 생각하니 훨씬 더 섬찟하다.
연 400만 명 이상이 찾는다는 옐로스톤이 화산 위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과학도 강국. 정밀한 지진계와 gps, 위성레이더로 안전을 담보한단다.
주위에 산책로도 있고 둘러볼 곳도 있지만 추위가 영! 외손주들 핑계로 오늘의 마지막 장소인 웨스트 썸으로
또 한 번의 침엽수림을 지나 웨스트썸 도착.
다행히 날씨가 조금은 풀렸다. 한숨 푹! 나? 젊은 시절에도 추위 많이 탔다.
먼저 압사로카 산맥의 만년설을 배경으로 둔 옐로스톤 호수가 보인다. 크다. 그냥 바다 같다는 느낌.
북미에서 가장 큰 고산 호수가 바로 이 옐로스톤 호수다. 이곳은 호수의 서쪽 끝이다. 그래서 웨스트썸.
West Thumb Geyser Basin이 정식 이름이며 Thumb는 엄지 손가락이다.
즉 이곳이 엄지손가락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쪽 엄지 손가락을 닮은 간헐천 분지.
작은 간헐천이지만 호수와의 조화와 여러 가지 색의 풀과 과거의 흔적이 있어 유명 관광지가 되었단다.
피싱콘은 지금은 물속에 잠겨 있는 온천이지만 과거에는 호수에서 고기를 낚아 바로 이 피싱콘에 담가 요리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단 지금은 불가능. 표지만 남아있다.
블랙풀은 과거에는 검은색이었지만 미생물의 소멸로 푸른색의 아름다운 풀이되었다. 이곳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 것 아닌가 생각.
요리를 했다는 말은 온천이 대단히 뜨겁다는 말.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보드 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1km 정도의 보드워크 산책길. 형형색색의 온천들을구경하다 보면 한 시간은 금방이다. 단 지정된 길로만 가야 한다. 계란이라도 익혀보고 싶은 온도다.
이곳은 지형이 여러 가지 색을 띠고 있다. 물이나 땅이나 붉고 푸르다. 물의 온도에 따라 서식하는 미생물들과 뜨거운 물에 녹아 있는 여러 광물들 때문에 그렇다는 이야기. 화학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이 있겠지만 문과생인 나는 그냥 여러 색을 즐기기만 했다. 영어 스프링이 온천이란 의미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러 색의 물들에 수증기와 고온의 온천수들을 보니 재난 영화의 속으로 내가 들어온 느낌이다. 심지어 이곳은 호수 속에도 온천수가 나온다.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웨스트 옐로스톤 마을에 플라이 낚시와 카메라 대여점이 보인다. 관광객들이 낚시를 즐기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이 이 대여점들 영향이 아닌가 생가.
숙소 오기 전 잭슨 마을에서 장보기. 약간의 먹거리를 챙기고 숙소로.
짐 정리하다 보니 우동이라 적힌 컵이 탁. 일본 제품인가 보니 농심이다. 뻗어가는 k푸드.
유타주의 컵밥에 이어 아무리 부자 동네라지만 미국 산골 마을 한 곳에서 우리의 농심 제품을 보다니.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는데. 면 좋아하는 딸 내외에게 양보.
미국 어디에서도 우리 라면 구할 수 있지만 건강상 자제하는 딸 내외.
여행지에서나 맛보길. 집주인의 호의인 커피로 하루를 마감한다.
그런데 영어 안내문을 의역하면 기후 변화로 온천의 온도가 높아졌다. 정도로 해석 된다. 안내문일 경우. 일반 대화라면 일이 꼬인다로 해석. 수온 상승으로 피싱콘은 호수에 잠겼고 블랙풀은 색깔이 푸른빛이다.
수온 상승으로 미생물이 소멸 되어 그렇단다. 기후 변화가 걱정이다. 미국 걱정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는 우리 문제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미국에서 보는 농심 우동은 반갑다.
내일은 그랜드 프리즈매틱과 아티스트 페인트팟이다. 기대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