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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 캐피탄과 터널 뷰

요세미티 국립공원

by 김윤철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위치한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미국의 국립공원이다. 흔히들 옐로스톤, 그랜드캐년과 함께 미국의 3대 국립공원이라 일컫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은 것이다. 당연히 아침 일찍 기상. 잠자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쁨과 흥분의 마음 가짐 탓이 아닌가 생각. 식구들 중 가장 먼저 일어났다. 앨 캐피탄의 의미를 나만큼 알고 있는 사람은 가족 중에는 없다.


아침 산책. 역시 요세미티다. 야생 사슴 한 마리가 눈앞에. 숙소로 뛰어와 폰을 가지고 와도 멀리 가지도 않았다. 코 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여유만만.


UNADJUSTEDNONRAW_thumb_168.jpg 요세미티의 사슴


사실 이곳은 정말 인적이 드문 시골이다. 당연히 불빛도 적다. 검색을 해도 이곳의 야경이 나온다.

선명한 은하수에 북극성과 북두칠성. 그리고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

그런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린 시절 전기도 없던 시골에서 모깃불 피우고 보던 밤하늘 보다 못하다는 생각. 그 약간의 실망감을 야생이 상쇄해 주었다.


서둘러 어제 아껴 두었던 앨캐피탄 앞으로.

크다! 바위도 나무도! 900m가 넘는 화강암의 앨캐피탄은 오른다는 생각 없이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힘겹다.

히말라야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모든 클라이머들의 꿈의 암장이었던 앨캐피탄! 대장바위!

세상은 넓고 미친 분들도 많다. 이 900m가 넘는 바위를 프리솔로로 오른 미친 분이 있다.

이건 이해가 안 된다, 또라이다, 정도로는 표현이 안 되는 사람이다.

"알렉스 호놀드!" 아카데미상 다큐 부문 상을 수상한 등반 기록을 남긴 분이다.

프리솔로 등반! 문자 그대로 자일 파트너도 자일도 하네스도 없는 클라이밍이다.

아무런 장비 없이 맨몸으로 하는 등반. 실수하면 바로 대형 사고다.

미친 짓이란 말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사진회-요세미테-24999965710.jpg 엘 케피탄 바위 앞에서


남는 것은 사진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캠핑하는 사람들은 있는데 암벽 장비를 갖춘 사람들은 없다.

바위를 둘러보아도 크랙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화강암 덩어리는 높기만 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암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기도 하다. 더구나 나는 초행길.

암벽 루트를 찾을 방법이 없다. 거기다 크라이밍 사진은 무척 어렵다.

사실 클라이밍 사진은 모델 보다 찍사가 더 고생한다. 암벽 높이를 표현하기는 전문가들도 힘들다 한다.

한 핏치라도 아니 한 핏치의 반이라도 오른다면 인생샷을 건지겠지만 루트도 아닌 곳에서 맨몸으로 사진만 찍는 것은 자연에 대한 모독이다. 온갖 생각에 잠겨 있는데 아내가 부른다. 결국 인생샷은 포기.


앨캐피탄 사진은 당연하고 이곳의 나무와도 열심히 놀았다. 크다! 나무도!

그런데 이것은 약과란다. 해발이 낮은 요세미티 밸리에는 진짜 큰 나무가 없단다.

가족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란다.


요세미티의 진짜 큰 나무는 해발 1,500m 이상 되는 곳에서 자란다는 자이언트 세쿼이아. 높이 100m가 넘는단다. 둘레는 지름 15m 이상에 수명은 3,000년을 사는 나무다.


우리나라에는 주목이 있다. 역시 고산 지대에만 사는 나무로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간다는 나무다.

불행히도 최고의 가구를 만드는 나무로 인식되어 일제 강점기에 많이 베어지고 지금은 희귀종이 되었다.

아무튼 미국의 주목이 세쿼이아라 생각하면 되겠다.


앨캐피탄에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큰 나무를 즐기고 여러 관광 지점을 옮겨 다니다 터널 뷰로.

요세미티의 주요 볼거리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사진 명소다.


아뿔싸! 조금 늦었다. 산속은 해가 빨리 진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을 간과했다.

아니 앨 캐피탄은 그 정도로 혼을 빼놓는 곳이다.

명소에서 인증 샷!

좌 앨캐피탄, 우 면사포폭포(브라이덜베일폴), 중앙의 하프돔!

그런데 오른쪽의 폭포가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물의 량이 적고 너무 어둡다. 거기다 폰 카메라다.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내 가슴에 담았으니까. 다시 한번을 기약하기에는 요세미티와 LA가 너무 멀다.

내일은 기상과 함께 폰부터 찾겠다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사진회-요세미테-24999965697.jpg 왼 쪽의 바위가 앨 캐피탄, 중앙에 튀어나온 바위가 하프돔, 오른쪽 바위 밑 어두운 곳의 폭포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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