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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거라 요세미티여

다시 LA로

by 김윤철

눈을 떠자 폰부터 챙겼다.

역시 요세미티의 아침은 실망이 없다.

숙소 바로 앞에 야생 칠면조가 찾아왔다. 이 녀석들은 사냥 대상이다.

가금화 된 칠면조와의 차이점. 가금이 비만해 날지 못하는데 비해 야생은 나무 위 정도는 날아오른다.

천적을 피해 나무 위에서 잔단다.

사슴도 집이 근처인지 다시 만났다.

기대가 너무 큰 탓인지 약간은 아쉬운 부분을 이 녀석들이 치유해 준다.


앨 캐피탄에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산노래 한 자락이 떠오른다. 산에서 모닥불 피우고 야영할 수 있을 당시에는 산노래 들도 많았다. 그중 하나. "크라이머의 기쁨" 암벽가라고도 부르던 노래.

"찬란하게 솟은 햇살 받으며 반짝이는 바위벽을 오를 때..."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캐피탄을 바라보며 터널로. 여기의 터널은 고유명사다. 터널 뷰가 있으니까.

사진 한 장 남기고 터널을 지나니 하프 돔이 눈앞이다.

반쪽 모양의 바위인 하프 돔은 세계적인 아웃 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의 로고로도 사용된다.

노스페이스의 정신인 탐험, 도전, 자연과의 연결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한다.

바로 그 하프돔이 눈앞이고 바로 그곳에 암벽 루트와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데...

으아! 오늘이 요세미티의 마지막 날이다. 아니 너무 늙었다. 일흔 바라보는 나이. 물론 지금은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다.


시간이 많아도 그 바위산을 걸을 자신이 없다. 아니 아내와 딸이 하프돔을 허락할 리가 없다.

사진으로만 남기기로! 세월무상이다. 나이는 결코 숫자가 아니다. 현실이다.


또 다른 아쉬움. 엘 캐피탄과 하프돔에 노을이 지면 바위들이 불타오르고 너무나 아름다운 그 모습에 스티브 잡스가 컴의 바탕 화면으로 사용했다는 말이 있다. 딸도 바탕 화면이 바로 이 요세미티의 노을이다.

나도 사용하고 싶지만 내가 찍은 사진도 아니고 가슴에도 담아 오지 못 한 아름다움이니 포기.

사실 인터넷 뒤지면 사진 다 나온다. 요즘은 디지털을 넘어 인공 지능 시대.

찍어온 아리송한 사진 보여주면 인공 지능이 확인해 준다. 아쉬움은 가슴에.

마지막으로 보는 앨 캐피탄에 햇살이 비치고 있다. 한 시절 요세미티를 상상하며 애타게 부르던 산노래.

바로 그 모습이다. 찬란하게 솟은 태양...


햇빛에 반짝이는 앨캐피탄을 가슴에 담으며 LA로.

설악가의 마지막 부분을 개사해 본다.

"잘 있거라 요세미티여 재회의 기약 없어도!"


f_fdbUd018svc1nwoc8xwunobz_q3rq1l.jpg 야생 칠면조, 요세미티의 햇살. 하프돔, 터널 앞에서.

덧 붙이는 글

요세미티와 LA 정말 멀다.

북한산 인수봉에서 만난 일본 산꾼이 하던 말.

"도시 근교에 이런 암벽이 있다는 것은 한국 크라이머들의 복이다."


베이비 카 시트에 매달려 가다시피 하던 손녀가 지루함을 못 이겨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다급해진 사위의 과속 운전. 우리말로 딱지 끊겼다.

미국은 법이 엄하다. 과속 범칙금도 상상 이상이고 특히 교육을 받아야 한단다.

교육 간다면 회사에 보고도 해야 한다. 참 바보 같은 우리 세대. 과속 범칙금 정도는 무용담 정도로 생각.

이제는 우리도 법이 조금은 엄해야 한다는 생각.

요세미티의 즐거운 추억은 여기까지. 다음은 3대 국립공원 중 마지막 애리조나주의 "그랜드 캐년"


UNADJUSTEDNONRAW_thumb_1b7.jpg 요세미티에 남기고 온 우리 부부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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