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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니언

사우스 림

by 김윤철

그랜드 캐년 사우스림 인근 마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별이 너무나도 많았다. 뚜렷하게 보이는 북두칠성! 눈대중으로 북극성을 찾아본다. 이렇게 많은 별을 느낀 것이 언제인가? 은하수는 왜 또 이렇게나 가슴 설레게 하는지? 철 들고는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그 때는 국민학교였다.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수업 시간에 배우고 하늘을 바라보던 시절. 전기도 없던 시골집의 평상 위에서 모깃불을 피워놓고 바라보던 바로 그 하늘의 별이다. 반 세기 조금 넘은 세월에 지구가 참 많이 병 들었단 생각.


폐 수술 후 미세먼지와 코로나 바이러스 파문까지 가장 아쉬웠던게 바로 이 맑은 하늘이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그 넓다는 미국에서도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 것은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랜드 캐년은 관광지지만 아직 때가 덜묻었다는 생각.


그랜드 캐년 사우스림의 관광 안내소.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차다. 식물도 선인장류의 사막 풀들이 아니라 소나무 같은 침엽수들이다. 알고보니 이 사우스림이 기후도 온화하고 구경거리도 많다고 한다.

후버댐에서 두 시간 거리의 웨스트림을 제치고 두 배나 시간이 걸리는 사우스림으로 온 이유가 있었다.

먼저 관광 안내 센터로.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다. 자전거, 노새 관광, 트래킹 등 캐년 여행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간에 쫓기는 우리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따라 나는 알아 들을 수도 없는 영화 관람.


S5004959.jpg 사우스림 관광 안내소


그랜드 캐년의 역사와 풍경을 담은 영상이다. 불이 켜지고 무심코 집어든 안내 책자에 눈이 간다. 영어로 쓰여진 그랜드 캐년 안내글. 단어는 알겠는데 해석이 안 된다. 딸아이의 해석. “당신은 당신의 그랜드 캐년을 가슴에 담아 갈 것이다.” 뭐 대강 이런 뜻이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좀 심하다. 그랜드 캐년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런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있으니 네가 필요한 것을 느끼고 가라. 와! 미국인의 자부심이리라.


조금은 심하다고 생각했던 유홍준님의 말씀. “우리 국토가 박물관이다.” 가슴에 새기자. 미국은 크지만 우리 누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집 떠나면 애국자 된다.


관광센터를 나오면 먼저 마주 하는 것이 매드 포인트다.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 초대 국장을 지낸 사람을 기념해 붙여졌다는 매드 포인트. 크다. 웅장하다. 작은 것에도 감탄 잘 하는 나지만 이건 정말 대단하다. 눈에 사진에 가슴에 담는다. 약간의 아쉬움.


S5004964.jpg 매스 포인트


그랜드 캐년에서 lim이란 말은 절벽의 꼭대기를 의미한다. 사우스 림이라면 남쪽 절벽이다. 다시 말해서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 그랜드 캐년의 경치다.


원래 이곳은 바다와 늪이었는데 물의 흐름에 따라 퇴적암이 형성되고 지구 내부의 압력으로 그 퇴적암이 솟아올라 고원이 되고 그 높이가 코로라도 강의 흐름을 빨리해 암석을 깍기 시작 지금의 대협곡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협곡은 20억년의 지구 역사를 담고 있다. 이런 말은 안내서에나 나오는 말이다. 느낌은 논리가 아니다. 그냥 감정이다. 크다! 넓다. 와아! 이게 감정이고 느낌이다.


원래는 평지였는데 물의 흐름에 깍여 만들어진 그랜드 캐년, 그래서 내려다보는 웅장함. 대단하다. 그러나

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엇인가 조금은 허전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트래킹 코스가 있다. 달려 내려가 안내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랜드 뷰 트레일" 사우스림의 대표적 트래킹 코스다. 아래를 내려다 본다. 아내의 아쉬움 담은 말.

"가고 싶지? 못 간다. 가슴에만 담아라!"

내려 갈 수는 있겠지만 폐를 절단한 나는 올라 올 수가 없다. 힘 닿는데 까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산에 다닐 때 들은 말.

"정상 앞에서 돌아 설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용자다."

다시는 못 올 이 그랜드 캐년에서 무리 않을 방법이 없다. 깨끗이 포기.

차로 모든 뷰를 돌아본다.


S5005003.jpg 그랜드 뷰 트래킹 안내도


눈에 담고 , 사진으로 남기며 그랜드 캐년을 달린다. 이곳에는 제법 눈도 보이고, 겨울 느낌도 난다. 사람들이 모였거나 안내판이 있으면 차를 세운다. 파노라마 좋은 곳에서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 누군가 “한 장 찍어 드릴까요?” 귓속을 파고드는 우리말. 반가운 우리나라 사람이다. 덕분에 환갑 지난 둘이 하트 사진 찍었다. 세상 참! 좋다!


1424310588600.jpg 할배와 할매의 다정한 샷


사람 많은 곳에 차를 세우니 우리글이 딱!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한자, 일본어, 우리글. 물론 읽을 수 있는 것은 우리글뿐이다. 이런 것도 국격이 높아 진 것인가? 경제력이겠지만 어쨌던 흐뭇하다. 이 황량한 곳에도 생물은 산다. 이곳에도 야생의 동물들이 관광 자원이 된단다.


약간은 이상한 모양의 바위에 “덕, 오리바위.” 이렇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디던지 같다. 설악산의 울산바위, 비선대, 와선대....


S5004982.jpg 오리 바위 앞에서


딸의 말. "아빠 그만 가자. 빨리 가면 한인 타운에서 순두부 먹을 수 있다."

한국 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한 북창동 순두부로도 달랠 수 없는 아쉬움을 두고 다시 LA로!


S5004974.jpg 나이 들어도 사진은 어쩔 수 없다.

다음 부터는 관광지는 잠시 쉬고 LA인근의 볼만한 곳을 찾아 갑니다.

먼저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Simi Valley)에 위치한 로날드 레이건 프레지덴셜 기념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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