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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덕 식당 김경민 대표 인터뷰 2

가게를 시작한 후의 이야기 

팔덕 식당 김경민 대표 인터뷰 1 https://brunch.co.kr/@ycground/6


-아까 못 여쭤 본 게 있는데 인력거를 타면서도 전단지를 뿌리셨다고 들었어요. 지금도 가게에 가면 팔덕 식당이라고 써져 있는 인력거가 있고요.

: 회사 생활할 때 받는 월급으로는 생활 하기 가 빠듯했어요. 너무 아무것도 없이 시작을 해서요. 그래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어요. 그래도 재미있는 걸 하고 싶더라고요. 주말까지 반납하고 일을 또 해야 하는 데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 찾아봤죠. 그래서 찾은 게 북촌 마을에서 인력거 아르바이트를 했는 데 좋았었어요. 그래서 팔덕 식당을 차리면 손님들에게 태워드리면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오픈하기 전에 하나 샀어요. 가끔씩 시간 나는 대로 인력거를 타고 가게 주위를 돌면서 보온 통에 담긴 떡과 전단지를 나눠드렸죠. 태워드리기도 하고요. 가게에 꼭 식사하러 와달라고 하면서요.


-혹시 그 당시 사진이 있나요?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냥 보고 싶어요.

: 지금은 가게 운영하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거리나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어둡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사진 찍은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었어요. 


이제는 먹고살만해져서 이렇게 직원들과 사진도 찍게 되었음


-첫날 매출이 300백만 원을 기록하고 계속 영업을 했을 거잖아요. 초기에는 몇 명이 일했는지 궁금합니다.

: 저 포함해서 3명이 일했습니다. 테이블은 그때 12개였고요. 


-제 생각에는 테이블 12개인데 음식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주문도 받고 상도 치우려면 3명이면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당연히 힘들죠. 3명이 애초에 감당하기 힘든 숫자였어요. 저도 손님들이 그렇게 많이 오실지 몰랐어요. 가오픈 때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인원만 받아서 고객들을 만족시켜 드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오픈을 하고 나니 손님들 컴플레인이 엄청 나왔어요. 진짜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아까 초보 창업자들에게 가오픈 기간에 작은 테이블을 받아서 연습을 해보라고 한 게 이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다시 오픈한다면 테이블 12개를 전부 받으면서 손님들을 받지 않았을 거예요.


-손님들은 주로 어떤 컴플레인이 있었어요?

:다 제 잘못인데요. 그냥 혼돈과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손님이 주문한 거를 잊어버리고 잘못 주방에 전달하기도 하고요. 손님이 반찬을 더 달라고 하시는 데 대답은 하고 다른 일을 하는 거죠. 막걸리를 달라고 하셔도 드리겠다고 하고 또 그걸 잊어버려요. 너무 바빴습니다. 진짜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분들이 너무 힘들어했죠.


설거지할 것도 엄청 많이 나옵니다. 장사를 끝나면 쉬어야 하는데 또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너무 힘듭니다. 이렇게 힘들면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전달됩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친절하기가 힘들어요. 너무 지치니까 생각과는 달리 고객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하기도 하고요. 안 치워진 상을 치우고 손님들이 앉아주시면 좋은데 그냥 정리도 안된 테이블에 앉아버리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처음에는 감당할 수 있는 테이블만 받는 게 사장과 직원들을 위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당시의 기억은 손님들에게 늘 혼만 나던 제 모습밖에 안 떠오릅니다.


-손님들이 컴플레인하면 어떻게 대응하셨어요?

:그냥 무조건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조건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손님이 뭐라고 하시면 무조건 "아이고,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진짜 거의 이런 뉘앙스로 사과를 드렸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지만 무조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진짜 저에게 "너네 가게는 6개월 안에 망한다."라고 저주를 퍼붓고 가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늘 말씀드렸죠. 


이렇게 시작된 팔덕 식당이 일 매출 900만 원을 기록한 날


-왜 직원을 왜 안 뽑으셨어요?

:왜 안 뽑았겠어요. 바로 뽑았죠. 초기에 3명이 일한 기간은 그렇게 매우 길지는 않아요. 바로 아르바이트 생 구하는 사이트에 올려서 바로 채용했습니다.


-직원을 뽑는 기준이 뭐였나요? 

:제가 그 당시에 직원 뽑는 기준이 뭐가 필요했겠습니까? 오로지 상만 잘 치울 친구가 필요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어떻게 직원들과 일해야 하는지 노하우가 참 없었던 것 같아요. 나는 사장이니까 무조건 막 시켜도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거 해", "저거 해" 마구 마구 시켰죠. 


-제가 팔덕 식당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직원들 분위기가 약간 군대 같다고 해야 하나? 뭔가 딱딱해요. 

: 그건 제가 설명드릴게요. 저는 직원과 제자를 구분해서 대해요. 직원은 정말 우리 가게를 위해 일해 주시는 분들이고요. 제자는 식당 창업을 위해 일을 배우기 위해 들어오시는 분들이에요. 제가 제자들에게 엄하게 대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안에서 울지언정 밖에서 울지 말라고 약간 엄하게 하는 면이 있어요. 내 제자들이 팔덕 식당에서 일을 배우고 나가서 망하는 건 진짜 싫어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전 혹독하게 대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대합니다. 


-처음 직원으로 채용했던 아르바이트 생을 썼을 때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그 친구는 3개월 정도 일하고 그만뒀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생 치고는 시급을 다른 곳보다 더 줬었습니다. 대신 업무량이 엄청났죠. 전 그래도 돈을 많이 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춰보면 돈을 많이 받으면서 일을 한 기억이 없어서 시급을 많이 주면 직원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3개월이 지나서 그만둔다고 하더라고요. 말로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둔 것 같습니다. 저라는 사람에게 질렸었을 수도 있고요. 다행히 지금도 가끔씩 그 아르바이트 생이 가게에 옵니다. 와서 저에게 갑질을 하시죠. 물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데도 물을 또 가져오라고 한다거나.


보기만 해도 군침도는 팔덕 식당 등갈비와 곤드레밥. 글 쓰는 데 진짜 침 나옴.


-가게가 오픈하자마자 손님은 많았어도 줄을 설 정도는 아니었죠?

:개업하자마자 줄을 서진 않았죠. 일주일 지나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어요.


-개업하고 일주일 만에 손님들이 줄을 섰다고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 달 동안 4만 장 가까이 뿌린 전단지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을 합니다. 전단지를 받고 가게에 방문하기까지의 과정을 운 좋게 잘 찾아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시간 나는 대로 인력거를 타고 다니면서 길가는 분들에게 우리 가게 오라고 말씀도 드리고 떡도 드리고 노력을 꾸준히 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하루에 30분씩 자면서 그렇게 한 거예요. 당연히 매일 엄청 피곤하죠.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는 그래도 절대로 피곤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집에 들어가서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야 하니 깨워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혹시 안 일어나면 진짜 송곳을 찔러서라도 깨워 달라고 했습니다. 진짜 혼자서 할 일이 너무 많았어요. 떡도 싸야 하고, 아침 7시에 거리에 나가서 전단지도 돌려야 하고요. "여기 한 번 와보세요. 요즘 줄 서요. 장난 아니에요."라고 하면서 9시까지 뿌렸죠. 그러곤 인력거로 돌아다니면서 어디 가야 할 분들을 태워다 드리면서 우리 식당에 와달라고 이야기를 했죠. 


단골 관리는 이렇게 했습니다. 가게에 회식을 오시는 단체 손님들이 계시면 막내로 보이시는 분들에게 명함을 꼭 받아둡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 회사를 찾아갑니다. 꿀물을 사들고요. 그리고 대표님을 굳이 찾아갑니다. 그리고 "어제 회식을 해서 직원 분들이 피곤할 수 있으니 이 꿀물을 준비해 왔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면 대표님들은 이런 걸 배워야 한다면서 점심때 또 식사를 하러 오시죠. 


그리고 시간 나는 대로 주위 회사를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무조건 회사 대표님을 찾아갑니다. 물론 만나기 쉽지는 않죠. 그래도 해야 했어요. 가게에 더 많은 손님들이 오기를 바랐으니까요. 당연히 큰 회사는 앞에서 경비를 보시는 분들이 제지를 합니다. 그러면 눈치를 살피다가 잠시 한눈을 파시면 전단지를 들고뛰어 들어갑니다. 경비 아저씨가 뒤쫓아 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대표님 사무실을 찾아서 들어갑니다. 그리고 박카스랑 전단지를 내려놓으면서 저희 가게 와달라고 부탁을 하고 나옵니다. 


손님에게 미소 담긴 친절함을 직원에게 강요하는 팔덕 식당 


-그렇게 몇 군데 회사를 해보셨나요?

:진짜 거의 다해봤습니다. 우리 가게 주위의 모든 회사예요. 나름 큰 회사도 그렇게 했습니다. 회사가 너무 크면 정말 대표님 사무실을 가기가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회사 가서 눈치껏 직급이 높아 보이고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 저희 가게에 와달라고 박카스와 전단지를 드립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런 큰 회사에 대표가 되려면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많이 겪으신 분이실 거잖아요. 오히려 그런 분들이 좋게 봐주세요. "아, 저렇게 파이팅 넘치는 젊은 친구들이 아직 있네." 이러면서 직원들을 다 데리고 오세요. "야, 보고 좀 배워."라고 직원분들에게 이야기하시면서요. 대표님들께 전단지를 뿌린 것도 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전단지 이야기를 계속해볼게요. 출근 시간 직장인 분들 말고 또 누구에게 뿌리셨어요?

: 유치원 등원시킬 때 모여있는 어머님들에게 뿌렸어요. 출근하는 직장인들도 중요한데 그분들은 점심시간에만 방문이 가능하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고객층을 나눠봤습니다. 식당에는 손님들이 계속 오셔야 하잖아요. 11시에 가게 문을 열면 그 시간에도 와주실 분들이 필요했어요. 어린아이들이 있는 어머님들은 이 시간에 식사를 하러 오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보내고 보통 10시에서 아이들이 오는 오후 2시 사이에는 시간이 있으신 분들이시거든요. 그 시간에 모든 걸 다해야 하죠. 식사도 하셔야 하고, 커피도 드셔야 해요. 친구분들과 요. 근데 생각해보면 11시에 등갈비를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았어요. 간단하고, 중저가에, 약간 매워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거든요. 고등학교 앞에 떡볶이집이 잘되는 이유는 매운 음식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거든요. 육아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매운 등갈비가 딱이죠. 


팔덕 등갈비 포장 안내 포스터. 팔덕스러움이 듬뿍 담겨있다.


어머님들께 드리는 전단지에는 스타킹을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드렸어요.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어머님들이 많이 계신 장소로 갔어요. 인력거를 타고 가면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친절하게 스타킹이 달린 전단지를 뿌리죠.  “저희 식당 오세요. 안녕하세요, 어머니. 네. 감사합니다. 한 번 꼭 오세요. 유명한 식당이에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드렸어요. 일단 안 유명한데 오픈 초기에는 “유명한 식당이에요.” 이러면서 돌려야 해요. 그때는 제가 지금과 같은 아저씨 같은 외모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드리면 어머님들이 잘 받아 주셨어요. 그리고 식당에 방문해 주셨습니다.(팔덕 식당 대표의 외모 때문에 어머님들이 전단지를 잘 받으셨다는 건 확인해보지 않았습니다. 확인할 생각도 없습니다만 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은 다 넣기 위해 일단 남겨두었습니다.)  


-어머님들께 스타킹을 함께 드린 이유는 꿀떡과 같은 이유인가요?

:맞아요. 어머님들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요. 어떤 걸 드리면 기분 좋게 받으실까 하고요. 전단지와 같이 드리니까 가볍고 어머님들이 좋아하실 만한 걸 찾다고 스타킹을 드렸죠. 작은 백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하면 바로 쓰기 좋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많이들 좋아하셨어요.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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