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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FX 마스크 패키지 박스와 봉투 제작 이야기

"겨울이 다가와서 이제 마스크가 많이 나갈 시기가 되었어요. 박스와 봉투를 만들어주세요."


9FX대표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마케팅 & 브랜딩 팀원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보통 일을 시작하면 저희 팀은 이 일의 목적에 관해서 다시 생각을 합니다. 그냥 예쁘고, 그냥 멋있는 패키지가 아니라 우리의 목적에 맞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패키지 박스와 봉투는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주지는 않습니다. 이미 홈페이지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를 한 후 도착했을 때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고객들에게 '그냥 마스크'가 아니라 '9FX 마스크'를 각인시키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대표님과도 일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었던 이야기인데 한해에만 20만 장이 넘게 나가지만 사람들이 9FX라는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게 고민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구매를 한 오픈마켓(쿠팡, 스마트 스토어, 위메프 등) 이름은 기억하지만 9FX 브랜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9FX를 기억시키자"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인지할 때 정보는 쉽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초등학교 2학년 때 짝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물론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너무 사랑했던 첫사랑이거나 너무 심하게 본인을 괴롭혔다거나와 같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름이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생각해내지 못합니다. 이유는 초등학교 2학년 짝 이름은 그냥 정보로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3,000개가 넘는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브랜드 이름을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어린 분들은 모르겠지만 제 또래 사람들 대부분은 '피구왕'이라고 물으면 쉽게 '통키'를 떠올립니다. 오래전에 봤던 만화지만 불꽃슛이라는 스토리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린 결론은 '9FX 스토리를 기억시키자'였습니다. 그것도 매우 직접적으로요.


코카콜라나 삼성과 같은 큰 기업의 경우는 넘치는 광고비로 인해서 회사 브랜드를 각인시키기에 유리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회사들은 마케팅 예산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 대표의 퍼스널 브랜딩을 활용하는 겁니다. 이럴 땐 회사 대표가 반드시 연예인이거나 메가 인플루언서일 필요는 없습니다. 진짜 사람의 진짜 이야기만 담으면 됩니다. 


이런 '진짜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담는 스토리텔링 전략은 이미 러쉬, 유니클로나 이케아 등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해 오고 있습니다. 


러쉬는 모든 제품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제품에 관련한 진짜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케아는 제품과 함께 디자이너 소개를 함께 둡니다. 매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유니클로에서 옷과 함께 디자이너 얼굴을 종종 디스플레이하기도 한다.


이전에 9FX대표님 인터뷰를 진행한 적도 있어서 내용은 저희 팀이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박스에는 대표님의 얼굴 사진과 이 마스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 해에 20만 장이 팔린다는 이야기를 넣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소비자들은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면 브랜드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입니다. 브랜드를 신뢰하는 이야기를 꼭 넣었으면 좋겠다는 팀원의 이야기를 반영해서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마스크 봉투도 박스와 동일하게 직접적으로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사실은 저희가 먼저 시도했던 게 '극강의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자'였습니다만 우리조차도 예상하기 힘든 높은 비용이 예상되어서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야기 전달에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봉투에는 9FX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두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가진 심리 때문에 나온 겁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한 선택이 올바른 결정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확신을 얻고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9FX마스크가 얼마나 좋은지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적어두었습니다. 우리가 던지고 싶은 이야기는 단 하나였습니다.


"여러분은 올바른 선택을 하셨습니다. 9FX마스크는 정말 좋거든요." 



아마도 위의 이미지를 보시고 '7. 9FX 대표는 국내 아마추어 스쿼시 대회 1위 수상 경력이 있습니다.'는 왜 써놓은 거야?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희가 가끔 쓰는 전략인데 의도적인 의외성 제공입니다. 아빠가 남자이고 바다가 파란색이라는 건 아무에게도 놀라움을 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죠. 하지만 아빠가 여자이고 바다가 빨간색이라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 각인됩니다. 회사 대표가 스쿼시 대회 1등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실 수 있지만 사람들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에게 끌립니다. 마스크 설명에 의도적인 의외성인 대표 수상경력을 넣었고, 구매자 다수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라 호감을 이끌어 내기에 효과적인 문구라고 생각을 하고 의도적으로 넣었습니다. 


요즘 우리 팀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사람들의 구매 의사결정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패키지 디자인도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물론 9FX브랜드를 오래 기억시키기 위해서 스토리 활용도 중요하게 생각을 했고요. 올해도 9FX마스크가 보다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서 더 큰 성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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