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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있는 초등학생 전문 영어학원 이야기

1년 안된 신규 브랜드 YC College Junior 생존기

올해 초 초등학생 영어회화 전문 학원을 오픈했다. 현재 70명 정도가 다니고 있다. 큰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숫자다. 하지만 초등학생 학원을 하시는 분들께서는 나름 빨리 자리를 잡아간다고 이야기를 해주신다. 솔직히는 내가 초등학생 영어학원을 시작할 때 안될 거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나의 시도들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가 시도했던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1. 무조건 다른 이야기를 한다. 



2등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가 1등과 같은 이야기를 해서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소비자 인식 속에 이미 1등으로 각인된 기업이 있으면 그 생각을 바꾸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갑자기 스마트폰을 만들어서 애플이나 삼성이 쓰는 똑같은 전략이나 브랜드 메시지로는 1등을 하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와 경쟁하는 초등학생 영어학원들은 상장 기업도 있고 이미 엄청난 원생을 갖춘 학원들이 있다. 내가 그런 학원과 똑같이 '우리는 영어를 잘 가르쳐요'라는 이야기를 해선 절대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 


애초부터 우리는 영어를 목적으로 보지 않고 수단으로 접근했다. 영어학원이지만 미술, 댄스, 책 읽기 활동을 영어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했다. 


'영어학원이지만 영어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YC College Junior'


2. 그래도 영어학원은 영어를 잘 가르쳐야 한다. 



성인 영어학원부터 초등학교 영어학원을 하면서 까지 우리 부부가 가진 철칙이 하나 있다. '최고의 강사를 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 강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냥 나의 경험상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어느 정도의 경력이 있어야 제대로 된 수업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부산에서 오랜 시간 학원을 하면서 얻은 큰 자산은 좋은 강사를 채용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었다는 거다. 특히 원어민 강사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어서 다른 학원과는 달리 유능한 강사들이 많이 지원을 해주신다. 


'좋은 강사가 좋은 수업을 만들어 낸다고 믿습니다.'


3. 소비자 즉, 학부모들이 인식이 바뀌고 있고 우리는 그 이야기를 했다.



이전과는 달리 요즘 학부모님들은 반드시 좋은 내신 성적을 얻어야 하고 무조건 좋은 대학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다른 아티스트들이 자기들이 원하는 일을 하고 수익을 얻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식이 많이들 바뀌셨다.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좋은 학교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학교를 가면 좋은 이점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가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내신과 관련된 영어 수업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고 학부모님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드린다. 


'저희 학원은 제대로 영어를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학교 내신보다 이 아이의 진짜 영어 실력에 관심이 있습니다.'


4. 우리를 알리기 위해 진짜 사람이 진짜 스토리를 담은 인스타그램을 운영했다. 



학원을 알리기 위해서 전단지도 뿌리고 네이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도 진행했다. 하지만 가장 효과를 많이 본 것은 원장 즉 와이프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이었다. 


소비자들은 인간적인 브랜드를 원한다. 그런 브랜드를 만들기 힘들면 진짜 인간을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잠재 고객인 학부모들과 똑같은 고민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운영하고 있다. '주말에 우리 아이들과 어디서 놀아야 할까? 혹은 우리 아이 영어 공부는 어떻게 시켜야 할까?'와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진짜 사람의 진짜 이야기가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다.'


5. 애초에 '원래 그런 거니까'라는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했다. 



일을 진행하면서 되도록이면 피하려는 말이 있다. '영어학원은 원래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냐?' 우리는 셔틀버스도 지금 돌리지 않는다. 보통 학원은 1달 정도 운영하는 겨울 방학 특강 프로그램을 우리는 이번에 5일짜리로 진행한다. 우리가 고민하는 건 다른 영어학원이 당연시하는 일에 고객의 입장에서 의문을 갖는 거다.  이런 과정을 통해 YC College Junior 스러움이 더 표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스러움을 꾸준히 표현할 때 우리를 좋아하는 고객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6. 처음부터 빨리빨리 작은 실패를 경험하려고 했다. 



성인 영어학원은 오래 운영했지만 초등학생 영어학원은 우리에겐 처음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학원을 시작하자마자 소위 말하는 큰 대박을 치는 일이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다. 시간표를 짜는 것도, 커리큘럼을 위해 교재를 선택하는 것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너무 많았다. 최대한 빨리 작은 실수를 하면서 수정해나갔다. 단순히 생각과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했다. 


당연히 우리 두 딸이 학원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멋진 커리큘럼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 


'아무 생각 없는 시도는 의미가 없지만 최선을 다한 노력의 실패는 분명 의미가 있다. 빨리 시도하고 빨리 배우자.'


7. 운이 좋았다. 



처음 사업을 할 때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매우 싫었다. 뭔가 내 노력이 운으로 가려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 보니 내 능력보다는 주위 사람이나 운으로 인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과정을 더 많이 겪었다. 요즘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있다.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무조건 나 혼자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치고 성공한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결론: 세상은 나 혼자 살아지는 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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