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켜야
제 모습을 갖추는 것이라고 들어,
작아지는 몸이
존재의 이유라고 들어
작은 불꽃이
제 몸 줄어가며 보게 한 것들이
콕콕 들어와 박히지만
어둠 뒤에도
숨어 있는
그것들은
무엇
얼마나
멀리 비춰야
발아래 떨어진 세상까지
눈이 가게 될지,
상승기류를 타고 앉은 새는
편 날개를 휘젓지 않아도
둥둥 먼 하늘을 떠다니며
매섭게 내리꽂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내 생각이
너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내가 본 세상도
너의 해석이겠다.
활자가 뱉어내는 소란함을 피해
눈을 감고,
닿지 않을 시간과
잘려 버려진 나뭇가지들을 생각하다
모여 핀 가을 들꽃들의 속삭임에 흔들렸다.
손톱 아래 작은 생채기에
물이 닿으니 쓰리다.
파동은 바닥을 타고 흘러
엎드려 귀를 대면
그저 웅성이기만 하던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