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꼬셨었잖아요
이제 나올 때가 되었다고
귓바퀴에 뜨거운 입김 불어넣지 않았더냐고.
숨은 속살을 기어코 보려는 욕심으로,
눈 내밀고 혀 내밀고 몸 전체를 펴서 활짝 속살 드러내도 좋으리란
풀어진 마음을 불어넣지 않았던가 말이다.
계절이 변했으니
연둣빛 속살거리는 찬란함으로 빛날 거라고
언 땅을 녹여 물을 축여 주며 가슴 울렁이게 속삭이지 않았더냐고.
험하게 눈 치켜뜨며 칼바람으로 몰아 대며
나오는 잎마다 새파랗게 질리게 만들 때,
한 번씩은 거치며 살아가는 거라며 허망하게 물러서야 했더냐고.
지난 시절 거쳐온 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봄이 사라진 날
풀어진 마음을 여미지 못 하고 걸칠 것도 없이 오들오들 떨고 있을 때
눈 속에 머리를 파 묻힌 이른 꽃봉오리만 깊은 울음을 함께 참아내고 있었다.
* 이미지 출처: Pixabay ( by Andre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