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 불빛 속으로
이리저리 패거리 져 몰려 달린다.
물가로 길이 난 후
자리를 찾지 못한 눈들이 차 바람에 날린다.
새벽부터 곁에서 같이 얼어 가는
몇 놈들끼리 불가에 눈 사위를 벌겋게 물들이고
발 동동 구르며
새벽부터 저녁을 한숨 진다.
드럼통 위로 툭툭 터지며 튀겨지는 장작불
불꽃 따라 쳐다본 자린, 눈송이와 만나고
얼굴 위로는 점차 번들거림이 번지고,
한두 잔 된 목소리들은 깨지듯 거칠어졌다.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길을 잃어...
희미하게 빛이 쇠한 가로등
2.
김포에서 자라서 시집왔다는 옆집 아주머니 목소리가 집을 넘어 들어왔다. “이런, 썩어 문들어질 인간머리. 죽어도 개도 안 물어갈 위인아. 새벽부터 일 나간다고, 술독에다 코 처박아 두고 인제야 들어와. 너 같은 인간하고 이날 입 때까지 산 내가 미친 년이지.....” 또 한바탕 김씨 아저씨가 닦이는구나. 저리 닦여도 말 한마디 못 하고 눈만 껌벅이고 있겠다. 술로 깨친 한 세상이 있기에 거침이 없다는 김씨 아저씨는 아마도 술에 취해 대거리할 힘도 없는 것일 거라고 짐작하고, 집에서는 더 이상 시간을 가질 수 없음에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자식 둘을 출가시키고 고등학생 막내를 키우는 김씨 아저씨네, 일자리 찾지 못한 아침이면 언제나 집밖으로 퍼지는 소리가 있다. 언젠가 소주잔 기울이는 아저씨에게 물은즉슨, 술 한잔이면 세상사는 어설픔을 잊는다는 그는, 일을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 아침은 저녁과 같고, 아침에 저녁을 맞은 이들은 환해진 거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 붉은 얼굴로 집으로 가는 게 부끄러운데, 배고픈 이들은 남의 집 따지 않은 붉은 감에도 마음이 상한다나.
* 이미지 출처 : Pixabay ( by Ha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