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담은 호수에는
뒤집어 세운 나라에
거꾸로 키를 세운 나무가 자란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바람이 불기 전에.
잔물결이 반짝이자 반영이 흔들려
나무는 번지고 뭉그러져 제 경계를 잃었다.
모습이 감추어지자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편하게 손가락질을 시작했다.
마음의 무질서가 합리화의 구획을 획책하면,
욕망 가득한 사회에는
혼탁한 부유물로 가리어진 밑바닥이 있어
진흙 정도 묻힌 손가락은
부끄러움을 잊는다.
바람 세게 불어
위안 삼던 부유하던 것들 사라지면
합리화된 심정은 어떤 얼굴로 거울을 마주할까?
사진을 제대로 찍어내기 위해서는
또 한 밤을 넘어 새벽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바람 죽은 고요한 시간.
* 이미지 출처 : Pixabay (by Lars Schlage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