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 가을, 다시 올레 이어 걷기

12코스 시작점으로 가다. 무릉외갓집, 혼울타리게스트하우스

by 깡통로봇

2022년 9월 20일 다시 올레길로


여름이 지나고 걷기 좋은 계절이 왔으니, 아직 덜 걸은 올레길을 마저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비행기와 첫날 묵을 숙소를 예약하고 비행기에 오른다. 여행은 준비하면서 이미 시작되는 것이라 짐을 챙기는 손에는 들뜬 마음이 담겨있다.


다시 올레를 걷는다는 기대감에 비행기를 내려서부터 발걸음에 묻어 있던 설렘은 간발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다음 차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조금씩 줄어들어, 올레 12코스 시작점인 무릉에 있는 숙소로 가기 위해 버스를 환승해야 하는 지점에서 하차 하기 직전, 갈아 탈 버스가 출발해 가는 것을 보고 보성초등학교 앞에서 다음 버스를 하냥 기다리며 살짝 지침의 느낌으로 바뀌고 있다.


대도시의 대중교통에 익숙해졌다가 제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면 간혹 난감해지는 경우가 있다는 말은 자주 들었는데, 오늘 연속으로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버스를 타지 못한 것이 이리 안타까운 일인지를 오랜만에 깨닫게 된다.


예약한 숙소에서 확인 전화가 와서 인근의 보성초등학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니, 지금 들어오면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 불편할 수 있으니, 거기서 식사를 하고 연락을 달라고 하셔서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연락을 하니 고맙게도 차를 가지고 와서 데려가 주신다. 다시 가볍게 감정의 역전, 기분이 좋아진다.


4시 반쯤 공항에 도착하여 숙소에 도착하니 7시 30분, 1시간 20분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한 거리를 3시간이 걸려서 왔다.


그런데 이 시간에 정말 한밤중의 느낌이 난다. 도시의 야간 불빛과 소음에서 벗어난 이런 한적함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낯선 편함이 찾아온다.


같이 숙소를 사용하게 된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올레꾼은 이제 2 코스만 걸으면 올레를 완주하게 된다는데, 오늘 아침 이른 비행기를 타고 와서 12코스를 걸었는데 오랜만에 걸으니 다리가 좀 묵직하다고 하면서 서로가 걸은 올레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걸은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감되는 것들이 많아 살짝 신이 나기도 하고 해서 말이 많아졌다.


가지고 온 책을 잠시 보다가, 내일의 길을 기대하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10시도 안 된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참 오랜만인데 기분이 편안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0-2. 여기가 무릉도원 – 올레 11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