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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통로봇 Feb 04. 2024

입춘

문을 열자 꿉꿉한 냄새가 훅 숨을 타고 들어왔다.

벽면이 곰팡이 얼룩으로 온통 거무튀튀하다.     


세상이 얼어붙던 날

바깥과 마주한 차가운 외벽엔 진땀처럼 습기가 맺혀

막힌 공간에서 순환하지 못하고 곰팡이를 키웠다.      


창고의 짐을 다 들어내고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고 수세미로 빡빡 닦아내며

말리지 못하는 눈물이

풀리지 못한 슬픔이

치유받지 못한 아픔이 떠올랐다.      


추웠던 겨울

햇볕이 들지 않던 곳

온도 차이가 심해 차가워진 몸

시리게 습도가

숨쉬기 답답하게 막힌 

눈에 보이지 않던

숨겨진 곳곳에 곰팡이가 내려앉았다.      


곰팡이를 닦아 내고

환기를 해서 말려 놓으니

제 색을 찾아가는 벽을 보면서      


눈에 보이는 공간이 되면,

여기저기 닫힌 문들을 조금 열어

막힌 숨통을 틔어 놓으면,

벽에 눈물이 맺힐 일도 줄어들겠단 생각을 한다.     


마침 봄이 온다고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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