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다.

by 깡통로봇

1.


멈추어 있는 것들의 몸 안에는 긴장이 있다.

뚫고 오르려는 것과 붙잡아둔 힘의 균형은 지루하여 평화롭다.

그래서

긴장이 발현되는 순간은 매번 충격이다.


속을 털어낸 깡통은 비어 있어 불온하다.

기억들로만 차 있는 공간에는 연민이 스미고

지나가 사라져 버린 것들로는

서 있기가 힘들어

찌그러진 몸을 던지면

부유하던 것들이 얽혀 폭우로 몰아친다.


오래 쌓인 긴장은

그 힘으로 잎을 내고 꽃도 피운다.



2.


개망초들이 무더기로 흐드러진 너머로 허물어진 오랜 시간 버텨온 담장들

오래된 것들 위에 핀 막 피어오르는 작은 꽃들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 것 우스운 일이다.

지난 이야기를 잔뜩 담고 있는 고대 유적의 잔해는 그 말들로 무거워 보였고

바람에 흔들리는 햇살들은 내려앉을 곳을 찾지 못하고 꽃잎 위에서 부서졌다.

너의 이야기는 시작도 못 한 채 바들바들 떨고 있다.


칼날 세운 분침과 시침이

우스울 정도로 정신 사납게 달려가는 성벽 위에는 분노가 있다.

성벽 너머에는 바다를 향해 입 벌리고 게으르게 하품을 하는 항구가 있다.

바다를 넘어와 자리를 찾은 배들은

사냥을 나서는 이들의 미끼처럼 달랑거린다.

불을 뿜어내던 산봉우리도 구름을 달고는 잠들어 있다.


규정을 지배하던 시계가

돌고 돌다가

제 힘을 못 이겨 멈춰서도

따박따박 꽃은 피었고 폭풍에 바다는 울었다.



3.


멈추어 있는 긴장에는 힘이 있다.


새 날개를 달고 겁 없이 날다 촛농이 녹아 흘러내려도

허물어진 낯선 담장 위에 내려서

메마른 흙 속에 잠들어있다가

가볍게 기지개 켜는 경쾌한 몸짓이

산들거리는 꽃잎으로

나비도 벌도 불러 모은다.


바람이 멈추어 서지 않는 들판에서



KakaoTalk_20250706_120148444.jpg 칼날이 춤추는 시계 -산텔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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