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새벽에 강의를 나가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 혼자 눈뜨던 날들이 아이에게는 힘든 경험이었나 보다. 부르면 언제나 달려오는 아빠가 늘 곁에 있었고 9살 많은 오빠도 그런 엄마 옆에서 잠을 잘 잤기 때문에 별일이 없을 줄 알았다.
새벽에 3~4번씩 깨서 '엄마?' 하고 부르면 ' 어~ 여기 있어~'라는 목소리를 듣고 잠드는 아이를 보며 처음에는 안쓰러웠고 시간이 지나면서 괴로웠다. 수면의 질이 뚝뚝 떨어지면서 피곤은 쌓여갔다.
남편과 대화를 나누면서 난 얼마나 괴로운 줄 아냐며 당신은 아이와 함께 자는 게 아니라 그 피곤을 모른다고 하소연하자 남편은 첫째가 안방에서 계속 잠드는 바람에 작은방에서 잔다고 매번 이방, 저 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자는 것은 쉬운 일인 줄 아냐고 투덜댔다. ' 나는 유목민의 삶이라고!'
'힘들겠네...'라는 짧은 한 마디 해주는 것이 뭐 그리 힘든 일일까 하는 서운함에 자신을 유목민이라고 부르는 남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도 외쳤다.
그럼 나는 뭐야!
처음 시작은 맥 풀린 하소연이었으나 점점 날이 선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을 보던 딸이 나의 말에 바로 답을 해준다.
엄만, 사랑이지.
이 대답에 난 수면의 질이고 피곤의 탑이고 다 상관없어졌다. 맞다. 난 사랑하기 때문에 그 작은 엄마?라는 부름에 어~여기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초능력 엄마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