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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 Dec 17. 2019

첫눈이야

이런 날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일이 끝나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


하늘이 흐릴 대로 흐려서 뭐라도 내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들어갔는데 아이와 손을 잡고 나오는 순간 갑자기 진눈깨비가 쏟아졌다.

눈을 보며 내 마음속 어린 소녀가 소리쳤다.


'첫눈 오는 날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말과 동시에 머릿속에는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이 하나씩 떠오를 뻔했다.


아이(박시)가 이 얘기를 하기 전까지,



그래서 엄마가 나랑 있는 거야?



가슴 두근거렸던 과거의 사랑을 회상하기도 전에 내 손을 잡고 있는 5살 꼬마의 그 한마디가 나를 다시 지금으로 이끌었다. 항상 어린이집 벨소리에 제일 먼저 창문에 붙어 우리 엄마가 왔는지를 확인하는 작은 녀석.


그 조그마한 손이 나를 지금, 여기에 머물 수 있도록 꼭 잡아주고 있었다.  



응 맞아 그래서 지금 박시랑 여기 있는 거지!



이제 나는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박시가 떠오른다.



본격적인 사춘기에 들어서며 손 닿는 것도 깜짝깜짝 놀라는 13살 박시,


손을 꼭 잡고 나와 함께 눈을 맞았던 박시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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