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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 Apr 06. 2020

똥파티

제일 재미있는 것!

19개월쯤 되던 날, 어린이집에서는 똥파티를 했다.


기저귀를 차는 아이들이 배변 훈련을 하는 시기가 다가오자 '똥'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놀이와 만들기를 하는 행사였다.


 '응가송'도 부르고 으깬 고구마를 튜브에 넣어 정말 똥 모양의 고구마 케이크를 완성했다. 위에 생크림을 올려서 일반 생크림 케이크와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속 안에는 굵고 긴~ 고구마 똥이 있었다.


아이는 정말 재미있어했다. 춤추고 노래하며 엄마의 특급 쾌변 마사지를 받았으니. 게다가 손에는 세상에 하나뿐인 케이크가 들려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자전거 뒤에 아이를 태운 후 기분 좋게 산책길을 달리며 물었다.




오늘 재미있었어?

    




응! 재미있었어, 엄마랑 케이크 만들어서 재미있었어.





뭐가 제일 좋았어?





엄마랑 같이 있는 게 제일 좋았어!




속으로 '뭐야, 매일 같이 있고 매일 뭔가 만드는데...'. 했다가... 잊고 있었던 행복의 원칙이 떠오른다.



맛있는 걸 먹고 좋은 곳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 그것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아무리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어도 불편하고 괴로운 사람과 먹으면 체하고, 아름다운 절경을 보러 가더라도 여행 내내 트집을 잡으며 툴툴거리는 사람과 함께 하면 그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어렵다.


내 손을 꼭 잡으며 '너랑 있어서 참 좋아~'라고 말하는 이와 집 앞 산책로를 달리고 김에 밥만 말아 줘도 '역시 엄마 밥이 최고 맛있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엄마도 율이랑 있어서 참 좋았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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