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의 결혼

왜 비정상을 가르쳐?

by 한희

다섯 살 둘째가 그네를 타며 '내 이름은 누가 지었어?'라고 물었다.


'엄마랑 아빠가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그래서 이렇게 반짝거리는 유리(가명)가 태어났나 봐. 왜?'


응, 나도 이름 짓고 싶어. / 이름 바꾸고 싶어? 맘에 안 들어?

아니, 동생 이름./ 우리 가족은 유리가 막내인데. 동생은 이제 만날 수 없어.


실망 가득한 얼굴의 아이를 보며 조금의 희망을 주고자,


'음~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만약에 만약에 아이를 낳고 싶어 지면, 그리고 유리가 이름 짓는 걸 허락해 준다면. 그럼 뭐라고 지을까?'


그 기적 같은 확률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자니 만약에 라는 말이 계속 튀어나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모두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같이 마음을 먹었다고 아기가 생기는 것도 아니며 이름 짓는 것을 9살 어린 동생에게 주려고 할까? 두 부부가 짓고 싶을 수도 있는데.


이 얘기를 듣고 있던 남편이 버럭 화를 냈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결혼하고 애 낳고 하는 정상적인 일에 왜 만약에를 넣어! 왜 애들을 비정상으로 키우냐고!'


지금부터 고구마가 꼬약꼬약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응, 아니. 결혼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야. 결혼 안 할 수도 있어. 결혼하고 아이를 꼭 낳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 자기들의 삶은 걔네가 선택하는 거야. 정상, 비정상은 없어.'


남편이 한바탕 '정상, 비정상'을 외치더니 문을 쾅 닫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14살 아이의 결혼과 출산에 대해 지금부터 우리가 이렇게 싸워야 하다니 웃픈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것, 형식과 번식이 중요한 가치인 사람에게는 내가 아마 비정상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남편이 집을 나간 사이 아들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해?'




응, 그건 선택이야.




결혼 안 한다고 뭐라 하거나 왜 아이를 낳지 않냐는 말로 통제를 시작하는 어른을 만난다면, 심리적 경계를 우습게 넘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이 내 속을 뒤집어 놓던 그 말로 대응하라고 말하고 싶다.

넌 그렇게 생각해? 의 + 난 다르게 생각해! 의 아니.

괜히 내가 비정상인가 나 제대로 못 살고 있나, 이러면 불행해 질까?를 하며 자기 비난하면서 괜히 진빼지 말고 말해라.




응, 아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누가 죄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