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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연 Aug 16. 2024

영화 홍보와 시나리오 번역

영화사가 노만 45

노만이 번역한 영화 <슬픔이여 안녕> 영한대역 시나리오. 1959년 출간. 한상언영화연구소 소장


"당시 영화잡지의 재정과 수입은 대부분 광고비에 달려 있었다. 불이무역주식회사(不二貿易株式㑹社)이나 동양영화(東洋映画株式㑹社), 신흥영화주식회사(新興映画株式會社), 세기영화주식회사(世紀映画株式㑹社) 같은 외화 수입상사와 서울 시내 영화관 선전부에 드나드는 것이 잡지 영업 담당자들의 주 업무였다. 외화 상영 광고들이 지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잡지 주간과 편집장을 하면서 영화관 선전부장들과 알고 지냈다. 단성사 선전부장으로 훗날 기자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했던, 지금은 이름이 잘 기억 나지 않는 '송'씨 성을 가진 이가 있었다. 국제극장 선전부장이었던 서정하는 《스크린》 기사에 몇 차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광고를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따라 잡지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독자들의 눈길을 끈 것도 기사 내용보다는 잡지 앞뒤를 채운 화려한 영화 광고들과 스타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에 있었다.

영화 포스터와 스틸, 프로필 화보, 브로마이드와 함께 나온 영화 광고 수단 중 하나가 시나리오였다. 당시 꽤 많은 수입 외화 시나리오들이 수입 상사를 통해 들어왔다. 영문 시나리오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본을 거친 중역(重譯) 시나리오들도 상당수였다. 극장 개봉을 앞둔 영화 시나리오가 잡지 권말에 전재되었던 것도 영화 홍보의 일환이었다. 시나리오 수록 역시 광고비를 받았다. 특히 외화 시나리오들은 '영한대역'의 형태로 연재된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영화관이 아니고서는 영화를 다시 수도, 복기해볼 수도 없었으니 영화 지망생들이나 팬들에게는 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읽을거리였을 것이다. 잡지 일을 하면서 상당수의 영화 시나리오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걸 접하면서 시나리오를 직접 써보겠다는 생각도 없진 않았던 같다. 이때 읽은 시나리오들이 나중에 문리대 졸업논문 「씨나리오문학론」을 구상하는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나 역시 외국영화 시나리오 번역을 한 적이 있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Françoise Sagan, 1935~2004)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오토 프레밍거 감독, 진 셰버그 주연의 영화 <슬픔이여 안녕 Bonjour Tristesse>(1958) 시나리오였다. 1959년 2월 말 서울 대한극장과 아카데미극장에서 첫 개봉 당시 출간되었다. 시나리오 원문의 영어 대사와 일본어 중역 시나리오를 비교해가며 번역했다. 광고비로 번역료를 받은 기억도 있다. 이를 계기로 《시사영어연구》, 《영어세계》 같은 영어 학습 잡지에 할리우드 스타 배우 이야기나 세계 영화역사를 다룬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이들 잡지에도 영한대역 시나리오가 자주 연재되었는데 외화 수입상사와 극장 선전부를 통해 잡지 측에 번역자를 연결시켜주기도 했다."

영한대역 시나리오 <슬픔이여 안녕>의 판권지. 한상언영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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