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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25. 2020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

사랑스러우면서도 정신없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걸작.

굉장히 핫하기도 하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영화감독이지만, 필자에겐 전혀 생소했던 감독이 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 줄여서 PTA라고 불리는 감독이다. 최근에 들어서야 관심이 갔던 감독인데다가, 쉽게 접하기는 힘든 영화들을 만든지라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그의 작품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형식과 완성도의 영화들이었기 때문인데, 잘 만들긴 했지만 취향을 좀 타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벌써부터 범상치 않은 작품을 만났다. 지금까지 봤던 PTA 영화 중에 가장 좋았으며, 정말 굉장했던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다.




영화는 7명이나 되는 누나들에게 들들 볶이며 자라 작은 사업을 하면서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주는 푸딩이나 모으는 배리가 자신의 사무실에 길바닥에 놓여 있던 풍금을 들여놓았던 날, 신비로운 여인 레나를 만나게 됨과 동시에 폰섹스를 외로움과 호기심에 걸었다가 악덕 업체와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PTA의 모든 영화들이 그렇든 알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뽐내는 말도 안 되는 작품.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를 따라가는 듯하면서도 클리셰를 조금씩 비트는, 굉장히 생소하고 독특한 소재를 탁월하고 깔끔한 연출력으로 보여주는 PTA의 걸작이다. 사랑 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황홀함과 아름다움, 몽글몽글함을 전부 전달함과 동시에 불안한 분위기에서 오는 긴장감과 산만함까지. 정말 매력적이고 미치도록 좋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거짓과 진실, 사랑,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보여준다. 단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혹은 나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생각해서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대지만, 상대가 나를 온전히 받아주고 내가 상대를 온전히 받아주는,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완전히 보여줘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의 중요성과 강력함도 나타나는데, 이는 후반부 배리가 딘에게 내뱉는 대사로 아주 잘 드러난다. 또한 PTA가 지금껏 이야기했던 불완전하고, 어딘가 이상한 사람을 보여준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우리 모두의 불완전함을 다뤄낸다. 영화는 의외로 개인 정보의 중요성과 그것의 유출에 대한 경고를 함께 던진다. 듣기만 해서는 굉장히 겉도는 것 같지만 극 안에 아주 잘 녹여내는 편이며, 꽤나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아담 샌들러라는 인물은 정말 배리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정말 불안정하고 정신없는 데다 나사가 빠진 듯한 배리를 정말 완벽하게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샤프디 형제의 최근작 <언컷 젬스>에서 맡았던 역과 비슷해 보였는데, 정말 이런 연기력에 어울리는 듯한 배우다. 정말 어찌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묘한 매력을 지닌 레나 역을 맡은 에밀리 왓슨도 돋보인다. 통통 튀는 매력을 가졌으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펀치 드렁크 러브>에서도 PTA의 이전 작 <부기 나이트>와 <매그놀리아>에서도 보였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루이스 구즈만도 보이는데, 특히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임팩트는 아주 강렬하다. 후반부 배리와 딘의 말싸움에서 보이는 아담 샌들러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력은 정말 감탄만 나오게 한다.

사랑 영화인 만큼 분위기 자체가 너무나 황홀하다. 빛을 비추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약을 한 듯이 화려해 보여, 사랑이라는 것을 가장 잘 시각화해내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하와이에서 노을 지는 거리를 둘이 걷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그 낭만은 정말. 또한 음악도 한 건 한다. PTA의 영화들은 음악을 듣는 맛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펀치 드렁크 러브>의 음악이 가장 좋았다. 녹아내릴 듯이 좋은 음악은 그냥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한다. 또한 PTA의 작품답게 주제를 요약함과 동시에 이목을 끄는 오프닝 시퀀스와, 나름의 통쾌함과 시원함을 지닌 후반부 시퀀스는 정말 압도적이다. PTA의 매력을 알 거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PTA의 작품 중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매력적인 영화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말 너무나 좋았던, 취향에 너무나 잘 맞았던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다.




총점 - 10
몽글몽글하지만 정신이 나갈 듯한, 마성의 매력을 지닌 사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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