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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r 07. 2021

<걸스 오브 막시/Moxie>

연대와 결속을 향한 우리들의 또 다른 한 걸음.

여성 인권, 페미니즘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세상이 참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물론 많이 나와야만 하고, 세상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몇몇 작품들은 단순히 감정에만 치우쳐 너무 극단적인 입장을 표출하는 바람에 보기 불편할 때도 있더군요.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저에게는 그런 영화가 한 둘이 아니었네요. 취지는 좋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취지만으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니까요. 그런 영화의 대부분은 권리를 주장할 줄만 알지 남의 권리는 받아들일 줄 모르는, 상당히 이기적이고 몰상식한 행동을 취하고 있더라구요. 이런 영화들을 보고 감정에만 치우쳐 자신의 인권만을 주장하는 시대가 와버렸으니, 서로 편을 가르고 싸우며,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현실이 그리 놀랍게 다가오지만은 않을 테지요.

서론이 길었는데, 그런 입장에서 봤을 때 <걸스 오브 막시>는 꽤나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단순히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줄도 알며, 그러한 시도를 통해 주인공이 성장하고, 성공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나름 잘 그려내거든요. 여기에 여성 인권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좋게 다가오구요. 이를 가벼운 하이틴 무비로 버무려 접근하기 쉽게 연출했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도가 떨어져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다양성 하나만큼은 넷플릭스가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더군요. 충분히 좋은 점이지만 우려되는 점은 메시지와 취지에만 신경 쓰다가 영화의 기본적인 완성도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그건 이러한 메시지를 대하는 좋은 태도가 아니거든요.

다만 아쉬운 점도 많은 건 사실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기존 하이틴 무비가 가진 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충분히 신나고 환상적인 매력을 더해주지만 그만큼 깊은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하이틴 무비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도 그런 영화들과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너무 단편적인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전개 자체가 너무 쉽게 진행되다 보니 중간중간 느껴지는 통쾌함이 쉽게 휘발되네요. 그리고, 억지로 흥을 띄우려는 모습이나,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등, 완급조절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가끔 오글거리는 장면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에이미 폴러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아직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에이미 폴러는 <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이 목소리로 익숙한데, 감독까지 겸하는지는 처음 알았네요. 솔직히 저에게 있어서 인지도가 높았던 배우는 아니었거든요. 주인공 비비언을 맡은 헤들리 로빈슨은 매력이 상당하네요. 마스크는 <기묘한 이야기>의 세이디 싱크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요. <작은 아씨들>이나 <이제 그만 끝낼까 해> 같은 굵직한 작품들에 조연으로 출연했는데, 이제부터 눈여겨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로렌 차이라는 배우를 인상적으로 봤는데, 이 영화가 데뷔작이더라구요. 비비언과 함께 너드미 넘치는 단짝 친구 클로디아로 나오는데, 이 부분은 약간 <북스마트> 느낌이 나게 하기도 하네요(개인적으로 <북스마트>의 편을 들어주긴 하지만요). <북스마트>에서 나름 눈이 갔던 니코 히라가도 출연하는데, 그가 분한 세스라는 캐릭터가 제일 맘에 들더군요. 캐서린 랭포드의 동생 조세핀 랭포드와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아들 패트릭 슈워제네거가 출연했다는 점이 나름 재밌는 점이네요. 필 콜슨 역으로 유명한 클락 그레그도 얼굴을 비춥니다.

나름대로 좋은 영화였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이라는, 아직까진 민감하게 느껴지는 단어를 나름 활력 있고 재미있게 풀어낸 영화였네요. 만인의 평등을 위한 웰메이드 영화가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감정에 치우치진 말아야겠지만요.




★★★
:연대와 결속을 향한 우리들의 또 다른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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