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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r 11. 2021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시간은 사랑을 완벽하게 조각하지는 않지만, 진짜로 만든다.

많은 로맨스 영화들은 운명적인 사랑의 결실을 맺고 영원히 함께 살아간다는, 소위 해피 엔딩으로 매듭을 짓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비포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 <비포 미드나잇>은 그런 많은 사랑 영화들의 후속작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정말 환상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였던 제시와 셀린도 시간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 비포 시리즈 자체가 시간의 흐름을 너무나 잘 활용하고 있지만, <비포 미드나잇>은 그중에서도 탁월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 속에서 변하는 것들을 너무나도 잘 잡아내거든요. 또 제시와 셀린의 다툼이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싸우는 이유들이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고, 그렇다고 누구 하나 탓할 수 없기 때문이죠(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제시와 셀린 중 한 명만 콕 집어서 탓하는 사람들은 제시와 셀린 같은 사랑은 못하겠구나 싶네요). 마치 <비포 선라이즈> 초반에 나왔던 기차 안에서 다투는 부부를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은 어쩔 수 없구나 하고 느끼기도 했어요. 시간은 제아무리 아름다운 것들도 썩게 만드니까요. 환상은 싹 날아가고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참 아쉽기도 했지만, 색다른 여운을 선사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비포 시리즈를 너무나 완벽하게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너무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은 않습니다. 꽤나 심하게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제시와 셀린의 관계가 상당히 성숙해졌고, 무르익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둘만 있을 때와는 또 다른, 가정이 생기고 난 이후의 둘의 관계에서 오는 매력도 있고, 낭만은 줄었어도 훨씬 깊이 있어졌거든요. 서로를 아프게 만들기도 하지만, 서로를 사랑하니까. 시간의 흐름은 사랑을 완벽하게 만들지는 못해도, 진짜로 남게 하니까. 이 현실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진짜니까. 그렇게 끝날 것처럼 다투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우리의 인생은 아마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미드나잇>의 반복이 아닐까 싶네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정말 아름답고 성숙하며 깊이 있는 사랑 말이죠. 역시나 대사도 일품입니다. 많은 대사로 1시간 48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꽉 채우고 있구요, 이에 맞춰서 길게 끌고 가는 촬영 역시 예술입니다. 이것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았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대화의 주제가 많이 바뀌기도 하고, 다툼을 시작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비포 시리즈의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개인적으로 비포 시리즈가 관객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비포 미드나잇>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 자체를 사랑하는 것. 비포 시리즈가 선사하는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입니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참 많이 변했습니다. 나이가 들었으며, 몸매에 변화가 오기도 했구요. 특히 에단 호크는 완전 아저씨가 되어있던.. 그럼에도 둘은 여전히 매력적이더군요. 제시와 셀린은 낭만적인 사랑을 시작해서 결실을 맺었지만, 여느 사람들처럼 다투는 모습이 참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한 사람만 탓할 수는 없더군요. 제시는 애처럼 자신의 감정을 다 쏟아내고 성인군자 코스프레를 하고, 셀린은 자식 힘든 이야기만 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게 되는데요.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갑자기 스윗해져서 농담을 건네며 풀어보려는 제시와, 영원히 이별할 것처럼 나가다가 그걸 또다시 받아주는 셀린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특히 대판 싸우고선 화해를 하면서 보였던 눈빛은 <비포 선라이즈>에서 보였던 서로를 몰래 쳐다보는 듯한 눈빛이랑 너무 닮아서 좋았네요. 상술했듯이 사랑은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미드나잇>의 반복이라는 점이랑도 잘 맞아떨어지구요. 제시와 셀린이 이전만큼의 설렘을 보여주지 못해서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설렘이 극한의 리얼함으로 변하는 과정이 어쩌면 당연하고, 이 부분이 <비포 미드나잇>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사랑과 인생을 이렇게 완벽하게 집약한 트릴로지가 또 나올까 싶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포 시리즈의 엔딩은 너무나 완벽하네요. <비포 미드나잇>에선 마지막 제시의 대사가 상당히 와닿습니다. 이게 진정한 사랑이니까요. 이 모습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진짜 인생이니, 서로를 위해 노력할 수밖에요. 환상을 거쳐 과도기, 그리고 이젠 현실이라는 종착역에 내린 제시와 셀린의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다시 이어질지 참 궁금하네요.

(로맨스 영화를 쓰면 주절대는 게 여전하네요.. 글로 풀어낼 수 없을 정도의 여운을 받으면 이러는데, 제가 글을 좀 못썼지만 대충 칭찬하는 것 같다 싶으시면 좋은 영화라고 알고 계시면 될 거 같아요 ㅋㅋㅋ)




★★★★☆
:시간은 사랑을 완벽하게 조각하지는 않지만, 진짜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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