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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01. 2020

<에비에이터/The Aviator>

강박과 트라우마를 가진 희대의 천재.

1997년,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21세기 들어서 90년대 로버트 드 니로와 맞먹을 정도로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갱스 오브 뉴욕>을 시작으로 2021년 개봉 예정인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까지 많은 작품을 함께 제작했는데, 이때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이 증명받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아카데미와는 연이 없었지만 디카프리오가 남우주연상에 가장 근접했었던 영화, <에비에이터> 리뷰다.




영화는 20대 억만장자인 하워드 휴즈가 영화계에 뛰어드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날개가 가장 커다란 비행기인 '헤라클레스'를 제작하는 야망을 보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하워드 휴즈라는 미친듯한 세기의 천재의 일대기와 업적을 그리면서 동시에 그가 겪는 일종의 강박증과 트라우마를 아주 잘 담아낸다. 요란스럽지 않고 담백하게 정신병이라는 소재를 담아내는 것이 영화의 확실한 장점이며, 이전에 리뷰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2010년작 <셔터 아일랜드>와 느낌이 비슷했다. 또한 마틴 스콜세지가 가장 잘하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따라 주변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진행되는 연출력에 힘입어 아주 깔끔하게 극을 전개해나간다.

하워드 휴즈라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천재적인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 정도로 영화에서 미친듯한 존재감을 뽐내는데, 이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 불발된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하워드가 겪는 강박과 트라우마를 아주 잘 표현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표정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마찬가지로 <셔터 아일랜드>와 비슷한데, 그가 <셔터 아일랜드>에서 보여준 연기는 이미 <에비에이터>에서 완성되었다. 이외에도 케이트 블란쳇이나 케이트 베킨세일 등 매력적인 조연 배우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역시 이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원 맨 쇼다. 정말 놀랍다.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을 잘 알고 있다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 꽤나 있기도 하고, 조금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겠지만 사실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이 국내에서 그렇게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보니 일반 관객들은 별 감흥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긴 하다. 필자 또한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을 잘 알지 못했기에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후반부 공청회 장면은 통쾌함을 주기 충분했고 비행을 성공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의 천재성과 인간성, 그리고 그의 화려한 업적도 잘 알려주며, 그의 광기와 강박을 통해 미래의 길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아주 잘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매우 긴 러닝타임이 이번엔 발목을 잡는 듯했다. 물론 스콜세지답게 쓸데없는 장면 없이 꽉꽉 채워놓기는 하지만, 2시간 50분이라는 너무나도 긴 러닝타임에다 너무 늘어지는 전개 덕분에 꽤나 지루한 장면들이 많았으며, 심지어는 몇 번 졸기도 해서 뒤로 돌려서 본 장면들이 상당수 있었다. 굳이, 2시간 50분이라는 미친듯한 러닝타임으로 보여줬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일대기를 연출하는 최고의 방법을 선사하면서, 하워드 휴즈의 업적을 아주 잘 보여준 훌륭한 전기 영화이자 시대극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충분한 수작이라고 불릴 만한 작품이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절정의 연기력을 볼 수 있었던 작품, <에비에이터>다.




총점 - 7.5
강박과 광기 속에서 미래의 길을 연 희대의 천재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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