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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부터 장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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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머리를 짧게 깎았다. 예전엔 긴 게 좋았는데 이젠 짧은 게 좋다. 머리가 길면 거추장스럽다. 괜히 신경 쓰이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 같다. 머리가 짧으면 간결하다. 삶이 더 간단해지고, 괜히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삭발부터 장발 그리고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중간 기장의 헤어 스타일까지 다 해봤다.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지금의 나는 짧은 머리가 가장 좋다. 앞머리 기장이 눈썹 위로 올라가 왁스를 바르면 간단히 세울 수 있을 정도의 짧은 머리다. (내가 사용하는 왁스는 우에보 드라이 왁스인데 이거 정말 좋다.)


머리카락이 짧으면 머리를 감을 때의 쾌감도 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느껴지는 걸림 없는 간결함. 적게 쓰는 샴푸, 몇 번의 손짓으로 씻겨나가는 거품.


머리를 말리고 정리하는 과정도 좋다. 빠르게 마른다. 헤어 제품을 대충 발라줘도 상관없고, 아예 바르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다.


무엇보다 좋은 건 머리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적다는 사실 그 자체다. 머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간결하다. 그 사실이 만족스럽다.


장발이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불필요하게 머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그리고 돈도. 머리가 길면 모든 게 오래 걸리고 복잡해진다. 감는 것과 말리는 것은 물론이고 세팅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용하는 헤어 제품은 좀 많은가? 트리트먼트, 에센스, 컬크림, 오일... 머리끝이 갈라지지 않도록 헤어 제품을 신경 써서 발라줘야 하고, 앞머리가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넘겨줘야 한다.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땐 그걸 즐겼었지만, 이젠 지긋지긋하다.


짧은 머리도 불편한 구석이 있긴 있다. 미용실을 비교적 자주 가줘야 한다는 것. 머리가 짧은 만큼 조금만 길어도 티가 많이 난다. 이젠 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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