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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 Jan 18. 2020

맥주엔 얼음을 타서 마셔야죠!

습관의 힘이란!

태국 사람들은 추위를 잘 타나?   영상 10도인데도 춥다고 호들갑이다.   아니지 한여름에는 영상 4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이니 10도면 정말 이들에게는 추운 날일 수도 있겠다.   영상 5~6도에 실제로 얼어죽는 사람이 나오는 곳이 태국이란다.


태국에는 그냥 더운 계절, 조금 더운 계절 그리고 정말 드럽게 더운 계절 이렇게 3 계절이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듯이 태국은 정말 더운 나라다.   그래서 우리와는 추위에 대응하는 신체 능력도 다른 것 같다.   그런데 그날도 영상 10도 정도 였던 어느 태국 겨울날, 태국 친구와 함께 저녁에 술을 마시는데 이 친구가 마침 감기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도 이 친구는 맥주에 얼음을 채우고 있었다.   태국에선 마시는 모든 액체에 얼음을 넣는 것 같다.


(서툰 태국말로) "아니 이 사람아! 감기에 걸린데다가 지금 춥다면서 얼음은 왜 넣어?"

(유창한 태국말로) "아 맥주는 원래 얼음을 넣어서 마시는거야!  그래야 맛있거든!"

그렇다!   감기에 걸려있든 말든, 지금 춥든 말든 태국에선 맥주에 얼음을 넣어서 마시는거다.  

이건 얼음처럼 단단한 태국 사람의 습관인 것이다.


태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자동차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그러니까 다른 교통시스템도 다 우리와는 반대다 마치 일본처럼.   차를 타고 내릴 때도 왼쪽에서 타고 내리는데, 난 아직도 적응이 안되서 가끔 태국 운전면허도 없으면서 일반석이 아닌 운전석 문을 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미 운전석에 앉아있던 태국 친구의 황당한 눈빛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네가 운전할거야?"

이거야 애교로 봐주고 한 번 웃으면 되지만, 가끔은 식은 땀을 흘릴 때가 있다.   바로 길을 건널 때.


아직도 난 태국에서 길을 건널 때 왼쪽을 보고 건너는 때가 많다.   태국에선 길을 건널 때 오른쪽을 살피고 난 다음에 길을 건너야 하는데, 왼쪽에서 오는 차만 살피고(당연히 왼쪽에선 차가 한 대도 안온다) 건너다가 정말 이승을 하직할 뻔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건 정말 한국산 화강암처럼 단단한 나의 습관인 것이다.


태국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한번도 외세에 굴하지 않았고, 그래서 외국 열강의 식민지가 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동아시아의 정치, 경제의 중심이라고 자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과 어울리다보면 은연중 나와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를 깔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나도 이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태국인의 미덕(?)을 배운터라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나라의 좋고 나쁜 면을 어느 정도 아는 내 입장에선 이들의 턱없는 자존심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것은 수십년 동안 쌓여진 정신적인 습관인가?   날씨가 어떻든, 주변 교통시스템이 어떻게 바뀌든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이듯, 정신과 의식도 쌓여진 습관처럼 작동하는가?


문득 내 의식에도 이 나라를 수년째 중진국의 수렁에 빠져있다고 영원히 가난할 것처럼 생각하고, 톰보이나 까터이, 트랜스젠더 같은 성소수자를 가까이 하면 안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나만의 낡은 의식이 자리잡고 있지는 않는지 의문이다.


우리와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많은 나라 태국!   더 살고 더 겪으면서 나를 더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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