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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 Feb 14. 2020

처음엔 이상한 것들

이름도 이상했다-야돔과 야몽

외국에 오면 이상한 것들이 참 많다.   아니 낯선 것들이 더 맞는 표현이겠지.

낯에 선, 그러니까 아직 내 얼굴에 내 눈에 익숙하지 않은 것들 중엔 조금만 더 그 나라에 있어보면, 조금 더 그들 속으로 들어가 보면 금방 익숙해지고 바로 이해가 되는 것들도 많다.


태국에 왔어도 처음엔 사람보다 개가 더 많이 돌아다니는 시골에 살아서 그때는 잘 몰랐다.

그러다 개보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돌아다니는 시내로 이사 와서 태국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니 차츰 이상한 것들, 낯선 것들이 눈에 걸리기 시작했다.   


그중에 하나가 사람들이 수시로 코에다 뭘 쑤셔 넣고 킁킁댄다는 사실!

자세히 살펴보니 남녀를 불문하고 썽태우(태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의 하나-픽업트럭을 개조한 것)를 기다리 중에도, 운전을 하는 중에도, 존엄하신 학장님과의 회의 중에도, 복잡한 시장에서 흥정을 하는 중에도 모두들 립스틱 같은 것을 코밑에다 슬쩍 대거나, 좀 더 콧속으로 깊숙이 넣고 킁킁거리고 있었다.


저게 뭐지?   별로 아름다운 모습은 아닌데...    다들 뭐 하는 거지?

태국이 의외로 미세먼지가 많고 매연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그건 방콕 같은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 얘기고 여기는 공기도 좋은데 왜?   다들 집단으로 비염에 걸렸나?    

하도 궁금해서 같이 일하는 태국 친구에게 물어보니 사람들이 코에 대고 킁킁거리는 게 바로 야돔이란다.

야동이 아니고 야돔!   (혀가 좀 짧은 내 동료는 여전히 야동으로 발음한다는...)

작은 립스틱처럼 생긴 통에 민트향이 나는 액체가 들어있는데, 그걸 코밑에 대거나 콧속에 넣고 그 향을 맡는 거란다.   이것과 비슷한 야몽은 연고나 액체를 다양한 형태의 용기에 넣는 차이만 있을 뿐 향이나 효과는 비슷하다고 한다.


주로 머리 아플 때, 멀미 날 때, 벌레에 물렸을 때는 물론 근육통에도 향을 맡고 바르고 하는 거란다.   

야돔은 가격도 25밧 정도니까 우리 돈으로 천원이 좀 안 되는 싼 물건이다.   태국 국민 상비품이라나!

호기심에 나도 한 개 사서 써보니 처음엔 향이 좀 자극적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상쾌한 향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물파스나 안티프라민, 멘소래담과 약간 비슷한 냄새긴 하지만 뭔가 좀 다르다.   아무래도 민트향이라서 그런지 냄새를 맡을수록 뭔가 시원하고 중독되는 느낌?

요즘엔 외출할 때 선크림보다 야돔을 먼저 챙긴다.


이제 야돔은 내 생활의 필수품이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란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해주는 태국말 대잔치 회의 때, 아무 연락 없이 수업에 안 나오는 학생들을 하염없이 기다릴 때, 갑자기 찾아오는 외로움에 혼자 맥주잔을 기울일 때,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 학교 가는 썽태우를 기다릴 때, 무뚝뚝한 아들과 집사람이 보고 싶을 때 그리고 이 모든 순간에 담배가 생각날 때 난 코를 쑤신다.   아니 이젠 친구가 된 야돔을 꺼내 콧속으로 밀어 넣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2~3초간 상쾌한 향을 맡고 상쾌한 생각으로 돌아간다, 즐거운 삶으로 들어간다.

'걱정은 필요 없어!   우울하게 살 거 없어!   곧 다른 일이 생길 거야!   다 좋아질 거야!'   

나에게 행복한 최면을 건다.

그러면 인디언 기우제처럼 정말 썽태우가 곧 온다.  (원래 썽태우가 늦어도 30분에 한 대는 오니까...)


이렇게 태국을 알아가고, 이곳 삶에 젖어든다.


야돔과 야몽은 값도 비싸지 않고 우리나라에 흔한 물건도 아니니까 나중에 귀국할 때 선물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물론 요즘은 야돔도 많이 알려졌지만, 선물이란 없는 것을 주는 게 아니라 마음을 주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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