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76살 시골 할머니다. 시골 서당집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다. 그녀는 평생 엄마의 사랑을 굶주려하는 아이 같았다. 가난한 시골집 남자와 결혼한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 다정하지 못한 남편과 무서운 시어머니는 그녀를 힘들게 했다.
시간은 아무 말 없이흘러갔다.가난을 이겨낸 그녀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그녀의 자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밥벌이를 했다. 그녀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허리를 피고 하늘을 볼만큼 여유도 생겼다. 미운(?) 남편과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았다.
신은 그녀에게 작은 행복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은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몇 년을 힘들어하던 그녀는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비어있는 장독대에 된장과 고추장을 채워 넣기 위해 농사에 몰두했다.
그녀는 장독대 같은 여자다. 투박하고 속이 깊다. 그녀는 두꺼운 장독대에 평생 슬픔을 감추고 살았다. 때가 되면 슬픔을 비워내고 장독대에 된장과 고추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나눠주는 기쁨으로 1년을 살아냈다.
나는 그녀의 막내아들이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 집에 외할버지의사진은 한 장 도 없었다.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어느 날 외가 쪽 친척이 외할버지 사진이 네이버에 있다고 했다. 당장 검색을 했고 1919년 외할버지의 옥중 사진을 발견했다.외할아버지의 사진을 현상해서 엄마에게 선물했다.
엄마는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부르면서 오랫동안 울었다.시골 서당집 마당에서 울고 있던 7살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엄마의 슬픔을 훔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