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한 끼] 40대 혼자남이 저녁밥 먹은 이야기
요즘 두쫀쿠가 유행이다. 40대가 되니, 두쫀쿠가 뭔지, 맛있는지 등보다 '너 그거 먹어봄?'이 조금 더 중요한 이슈가 됐다.
어느날 회사 후배(25살)가 두쫀쿠를 먹어봤냐고 물어봤고, 나는 "아니요. 아직요. 근데 그거 맛있어요? 어때요?"라고 작은 호기심을 내비쳤다. 그랬더니 후배가 다음날 두쫀쿠를 사왔다. 집앞에 카페에 두쫀쿠를 파는데 남은 여섯 개 중 다섯 개를 샀고, 뒤에 고등학생들이 자신을 째려봤지만 모른척하고 나왔다는 말을 해줬다. 그리고 그 다섯 개 중 하나를 나에게 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난 두쫀쿠를 처음 영접했다.
신나서 일단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두쫀쿠 사진을 올렸다. 다들 두쫀쿠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맛을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나는 늙다리는 몰라도 된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맛있지만 내돈을 주고 사먹지는 않을 거 같은 맛이었다. 늙어서 맛을 모르나 보다.
어쨌든 도무지 한파가 끝나지 않는다. 그나마 오늘은 조금 덜 추웠다. 하지만 다음 주도 춥다는데 걱정이다.
합정역 인근에 있는 서강껍데기는 코로나19 전부터 가던 맛집이다. 다섯 명이 가끔 모이는 대학교 친구 모임이 있다. 이 모임 친구들이 멀리 떨어져 살아서, 중간인 합정에서 모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발견한 곳이다. 낮술도 되고, 밤술도 된다. 아! 이 모임 친구들이 두쫀쿠도 못먹어본 늙다리들이다ㅋㅋㅋ
연예인도 종종 오는 것 같다. 지난번에도 회식 중인 연예인과 스태프들을 봤다. 그리고 촬영을 자주 한 것인지, 대본도 많이 걸려있다. 맛도 있다. 목살이 맛있다. 그리고 껍데기도 맛있다. 술안주하기 딱이다.
고기를 먹자고 제안한 누나와 함께 왔다. 누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미모를 유지할 수 있나보다. 무튼 누나가 마시지 않으니 나도 마시지 않았다. 아예 혼자 마시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데 혼자 술을 마시긴 싫다. 그래서 누나를 만나면 나도 술을 안 먹는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 누나를 처음 봤을 때 좀 좋아했었다. 3분 정도. 미모에 반했지만, 금세 깨달았다. 누나와는 친구가 될 것 같았다.
이 누나와 만나면 항상 까르르까르르 웃다가 집에 간다. 누나가 가진 타고난 재능 때문이다. 솔직히 기안84님보다 타고났다고 본다. 누나는 “기안84는 대충 살면서 그런 거지만 난 열심히 사는데 이런 에피소드가 생기는 거라고”라고 한다. 근데 그게 더 웃김ㅋㅋㅋㅋㅋ
오늘은 고민을 이야기하며 짐짓 심각한 분위기였지만 마지막은 또다시 까르르까르르했다. 에피소드 부자인 누나랑 만나면 너무너무 유쾌하다. 누나도 자주 웃었으면 좋겠다. 자주 웃는 일이 많이 생기길!
P.S. 오늘 목살은 내가, 차는 누나가 샀다. 누나가 평소에 많이 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