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한 끼] 40대 혼자남이 저녁밥 먹은 이야기
‘외롭다!’
연말이면 나는 왠지 모를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날씨 탓인지, 연말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 때문일 수도 있겠다. 사실은 나이탓일수도 있다. 아 근데, 20대 때도 그랬던 거 같긴 하다. 그럼 도대체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그냥 쓸쓸하다~.
월요일 출근길, 아침부터 추운 날씨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월요일 힘듦+날씨 힘듦. 더블 힘듦이 나를 덥쳤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는 k직장인인걸. 무겁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선다.
이런 날, 하필이면 일도 많다. 아침은 원래 안먹고, 점심은 못먹었다. 먹을 만한 간식도 없어서 쫄딱 굶었다.
외롭고 쓸쓸하고 춥고 배고프고 너무 서러웠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사나. 이렇게 산다고 내가 부귀영화를 누릴 수나 있나. 난 왜살까? 서러워서 죽을 거 같았다.
이럴 땐, 순댓국이 딱이다. 오늘은 교대역 근처에서 일이 끝났다. 때마침 머릿 속에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순댓국집이 생각났다. ‘인하순대국’이라는 곳이다.
나는 이 근처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봤던 집인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있을지 궁금했다. 검색해보니, 인하순대국 본점이 있고 인하순대국 아들집이 있는 거 같았다. ‘아들이 하는 집인가보다, 그럼 맛도 비슷하겠지’
인하순대국 아들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른 저녁이라 자리는 조금 비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어르신들이 반주를 하고 있었고, 다른 테이블에는 혼밥 중인 젊은이들이 있었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건 혼밥러에게 아주 중요한 조건이다.
오늘은 서러움을 달래고자 사치를 부렸다. 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하루를 보냈다. 정식을 시켰다. 4000원이나 더 비쌌지만, 나는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하루를 보냈다. 정말이다. 정식은 순댓국에 맛보기 순대와 머릿고기 등이 나오는 듯했다.
순대가 먼저나왔다. 배고픔을 달래긴 부족하지만 서러움을 달래기엔 충분했다. 깍두기도 맛있었다. 서러움이 가실 쯤 순댓국이 나왔다.
첫 숟갈은 국물이었다. 김을 불고 한 모금 마셨다. 뚝배기에 담긴 국물은 정말 뜨거웠다. 호호~ 불었지만, 그래도 뜨거웠다. 눈물이 찔금 나올 정도였다. 외로워서 흘린 눈물은 결코 아니었다. 국물이 뜨거워서, 혀가 데인 거 같을 때, 그럴 때 나오는 눈물이었다. 다들 그런 적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뜨거운 국물 한모금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몸이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국물을 바로 한 번 더 떴다. 이미 간이 돼 있어서 더 손댈 게 없었다. 먹다보니,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도 완뚝을 향해 ‘벅뚜벅뚜’ 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배를 채우고 나와 뚜벅뚜벅 버정으로 향했다. 이미 따뜻해진 몸에는 순댓국의 열기가 남아있었다. 그 때문인지 마음도 뜨뜻했다. 기분이가 참 좋았다.
PS. 사실, 국물을 먹자마자 소주 생각이 났지만, 먹지 않았다. 최근 술을 많이 마시기도 했고, ‘이건 시작하면 끝까지 가겠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