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자기 관리
1. 혈당을 올리는 것은 탄수화물이니,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당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초저탄수화물 식단, 이른바 케토제닉 식단도 유행했습니다.
당뇨에 좋은 3대 영양소의 적절한 비율이 있는지, 과연 영양분을 선택하여 먹는 방식이 당뇨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2. 저탄수화물 식사법 (Low carbohydrate diet)은 먹는 음식에서 탄수화물의 비율을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식사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60% 수준인데 저탄수화물 식단은 이를 26~45% 정도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섭취 에너지 기준)
3. 탄수화물이 빠진 빈자리는 지방과 단백질로 채웁니다. 지방과 단백질은 탄수화물에 비해 천천히 소화되어 쉽게 소장의 뒷부분까지 다다르고 GLP-1과 같은 인크레틴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포만감을 느끼게 해 줌으로써 음식의 섭취량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어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 법)
4. 식사법에서는 탄수화물을 줄이는 방법으로 감자, 고구마, 옥수수, 초록 완두콩, 단호박 등의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전분성 채소(Starchy Vegetables)를 피하고 비전분성 채소를 즐겨 먹기를 권유합니다.
(Emphasizes vegetables low in carbohydrate. Avoids starchy and sugary foods such as pasta, rice, potatoes, bread, and sweets.)
5. 비전분성 채소(Nonstarchy Vegetables)란 1) 잎채소 : 양상추, 시금치, 케일 2) 십자화과 채소 (배추과) : 브로콜리, 콜리 플라워, 양배추, 방울 양배추, 3) 기타 채소 : 오이, 토마토, 피망, 버섯, 가지, 아스파라거스, 셀러리 등이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샐러드로 해 먹을 수 있는 채소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다.
6. 저탄수화물 식사법에서는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에 큰 제약을 두지 않습니다. 미국 당뇨협회에의 설명에서도 fat from animal foods, oils, butter, and avocado; and protein in the form of meat, poultry, fish, shellfish, eggs, cheese, nuts, and seeds. Some plans include fruit (e.g., berries)으로, 의외로 버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중해식 식단과의 차이점)
7. 이에 반해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이, 이른바 케토제닉 식단은 단백질 섭취도 제한됩니다. 단백질은 간에서 분해되어 포도당 생성(gluconeogenesis)의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케토제닉 식단의 목표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방을 분해해 생성되는 케톤체로 주 에너지원을 변경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케토시스의 장점은 아래 글에서 다뤘습니다.
https://brunch.co.kr/@ye-jae-o/109
8. 그래서 케토제닉 식단은 식사 칼로리의 절반 이상을 지방에서 얻어야 합니다. 더불어 케토시스를 유도하기 위해 비섬유질 탄수화물은 최대 20~50g 미만으로 섭취하기를 요구합니다. 비섬유질 탄수화물은 앞에서 나온 전분성 채소와 쌀과 빵과 같은 곡류, 설탕이나 과당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참고로 섬유질 탄수화물은 비전분성 채소에 풍부하며 흡수가 되지 않으므로 혈당을 올리지 않습니다.) 20~50g 미만이라면 밥 1/3 공기에 해당하는 양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9. 저탄수화물 식사법은 효과가 없지 않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당화혈색소(A1C)를 개선했으며, 당뇨약도 덜 필요하게 만들었습니다.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효과의 정도는 탄수화물 섭취량과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제한량이 많을수록 혈당 강하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 탄수화물을 적게 먹음으로써 간에서 글리세롤 생성이 줄어들고, 그 결과 중성지방이 감소하고 HDL은 증가하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심장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11. 하지만 케토제닉 식사법을 포함한 저탄수화물 식이는 시행 초기에는 당화혈색소 저하 효과가 분명했으나 1년이 지난 시점부터 효과가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2.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과가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은 영양분을 임의로 배분하는 방식이 철저하게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더불어 탄수화물을 적게 먹음으로써 장내 미생물이 변화하고 그 결과 몸이 적응해 나가는 메커니즘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3. 그래서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는 당뇨병이 있거나 당뇨병 위험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에 대한 이상적인 칼로리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당뇨 환자인 만큼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란 의미입니다.
14.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케토제닉 식단과 같이 극단적인 고지방 위주의 식사를 지속할 경우,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할 위험이 있습니다. 체중 감량에 있어서도 지방은 열량이 많으므로 섭취하는 칼로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15. 무엇보다 저탄수화물 식사법이 심장마비나 뇌졸중과 같은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16. 연구에서는 케토제닉 식사법은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이 동물성 식품 섭취가 과도하게 강조되는 경향이 있어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언급하며 식이법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17. 더구나 당뇨인이라면 케톤이 주는 이득을 굳이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어려운 방식을 통해 획득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에게는 케토시스의 효과를 얻게 해주는 SGLT-2i가 있기 때문입니다.
18. 저탄수화물 식단을 시도해보시려 한다면 혈당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으므로, 탈수를 예방하고 저혈당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