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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당뇨병의 자기 관리

by 예재호

1.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뇨 환자가 시도해봐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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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가 밤새도록 먹지 않았는데도, 혈당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건 글루카곤 때문입니다. 글루카곤은 인슐린과 한 배 (췌장)에서 태어났지만 완전히 반대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루카곤은 간이 저장해 둔 글리코겐을 분해해 뇌와 같은 중요한 조직에 포도당을 공급해 줍니다.


[글루카곤은 인슐린의 대척점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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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 몸은 혈당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글루카곤뿐 아니라 다른 안전장치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혈당이 떨어지는 것은 상승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긴급하고 생명에 위협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 포도당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혈당이 떨어져 뇌의 기능이 중단되기라도 한다면 생존에 즉각적인 위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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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면과 같은 단기간의 금식 상태일 경우는 글루카곤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금식 시간이 8시간을 넘어 그 이상 지속되면 간에 보관된 글리코겐(단기 예금)만으로는 부족해질 수 있어서 다음 안전장치가 작동해야 합니다. 이때 그 역할을 수행하는 호르몬이 바로 노르 에피네프린(NE)과 성장호르몬(GH)입니다.




5. 성장호르몬(GH)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신경호르몬으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키를 크게 하고 근육과 신체 조직을 성장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성장기에 GH가 부족하면 발달이 느려지고, 키도 크지 않습니다.


GH.png 성장호르몬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가 많습니다.


6. 성장호르몬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다른 곳이 아니라 지방세포를 분해해서 얻어냅니다. (그러고 보면 “애들 살찐 거, 크면 다 키 된다.”는 말도 아예 일리 없는 이야기는 아닌가 봅니다.) 단기예금(글리코겐)이 슬슬 바닥나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성장호르몬을 동원시킵니다.


lipolysis.png 이때를 위해 김여사(인슐린)는 이 많은 적금을 들어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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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만, 성장호르몬은 글루카곤처럼 인슐린과 완전히 반대되는 즉 길항 작용을 위해 존재하는 호르몬은 아닙니다. 상황이 위급하다 보니 동원되는 것일 뿐입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차라리 인슐린과 유사한 면도 상당히 많습니다. 성장호르몬이 간에 작용하여 분비를 촉진하는 IGF-1은 이름이 인슐린 유사성장인자-1인데, 말 그대로 인슐린과 비슷한 분자 구조를 가지고 하는 일도 거의 같습니다.


8. IGF-1은 인슐린처럼 근육세포로 하여금 포도당과 아미노산을 흡수하게 하는데, 사용되는 통로마저 인슐린과 동일합니다. 바로 GLUT-4입니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인슐린은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근육에서 포도당을 소모하게 만드는 것이고 IGF-1은 근육이 성장하기 위해 에너지를 넣어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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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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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의도야 달라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보디빌더들이 성장호르몬을 근육 강화 목적으로 쓰기도 한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인슐린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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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비상상황이 되어 등장하는 두 번째 호르몬, 노르에피네프린(NE)은 부신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서 스트레스 상황이나 흥분 상태에서 분비되어 교감신경을 자극시키고 혈압을 유지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NE 또한 위급한 상황에서 혈당을 유지하는 작업에 동원될 수 있습니다. GH와의 공통점이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지방을 분해한다는 것입니다.


11. 간헐적 단식은 이런 GH와 NE를 이용하는 전략으로, 건강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식습관일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도 일반적인 칼로리 제한 식단과 비교해 체중 감량 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보고됩니다. 무엇보다 GH와 NE가 지방을 우선해서 에너지로 쓰게 만드니 체성분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13. 칼로리 제한 식단이 지속적인 저에너지 상태를 유도해 근육량이 감소하고 그 결과 대사율도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데 반해 GH는 근육을 성장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근육량이 보존되며 대사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3. 이뿐만이 아닙니다. 금식으로 인슐린이 낮게 유지되는 데다, 지방세포(적금) 개수도 줄어드니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공복시간이 12~16시간 이상 지속되면 자가포식(autophagy) 과정이 활성화되어 항노화치료에도 간헐적 단식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합니다.




14.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간헐적 단식이 크게 유행하면서 당뇨관리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비록 1) 당화혈색소의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있지만, 2) 체질 개선을 동반한 체중감량 효과는 확실하고, 3) 무엇보다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 1형과 2형 당뇨 모두 크게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어 한국과 미국의 당뇨병학회에서도 환자가 선호한다면 적용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식사 전략 중에 하나로 인정하기에 이릅니다.


15. 가이드라인에서 안내되는 간헐적 단식의 유형은 1) 격일 단식, 2) 5:2 다이어트 3) 식사 제한 식사 등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GH와 NE가 분비되어 지방을 분해하는 에너지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최소 8시간 이상의 금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가 포식 작용은 최소 12시간 이상의 금식 이후에 시작되므로 참고하셔야 합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16:8 방식은 하루 16시간 금식하고 8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예: 정오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식사)


16.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당뇨약을 복용 중이신 분들은 간헐적 단식을 시도하기 전에 꼭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설포닐유리아 제제나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다면 단식 기간에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GLT-2i를 복용 중이라면 탈수와 케톤산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상행동으로 인한 폭식의 빈도는 낮았지만 식사장애가 있는 경우 피해야 하며, 소화기능장애와 성호르몬 변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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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더불어 더 장기간 금식이 유지되어 GH와 NE로서도 혈당을 유지하기 버거울 때 등장하는 마지막 비상수단, 코르티솔은 앞서 호르몬과 달리 단백질(근육)을 분해해서 포도당으로 쓰게 만드니 적절한 단식 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18. 그런데 글을 읽다 보니 비슷한 작용을 하는 당뇨약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나요? 맞습니다. AMPK를 활성화해 비상상황임을 인지시키는 비구아나이드, 메트포르민이 간헐적 단식과 비슷한 작용을 합니다.


https://brunch.co.kr/@ye-jae-o/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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