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3)

by 예재호

1. 알레르기 반응의 도화선과 같은 면역 글로불린 IgE를 타깃으로 치료제를 개발해 보면 어떨까란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한데, IgE에 작용하는 항체를 개발했더니 되려 비만세포가 펑! 하고 터지는 바람에 알레르기가 조절되기는커녕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생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빽빽하게 꽂힌 IgE 끼리 닿기만 해도 폭발할 만큼 비만세포가 민감하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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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말리주맙, 졸레어는 IgE에 대한 인간화 면역글로불린(Ig) G1 항체로, 기관지 천식에 주로 쓰이는 치료제입니다. 진료 지침에서는 5단계 천식 치료에도 잘 조절되지 않는 6세 이상의 알레르기 중증 천식 환자에게 투여 가능하다고 소개합니다. 매 2-4주마다 피하주사를 맞고 최소 4개월(16주) 이상 투여받은 뒤 치료 효과를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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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졸레어 주사는 큰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레르기 기전에 작용하는 약이지만 다행히 역설적인 아나필락시스 반응도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0.2% 미만, 초기 주사 후 2시간 이내에 발생) 그 이유는 알레르기 항원의 자극으로 B 세포에서 막 만들어진 IgE 단백질이 비만세포에 달라붙기 '전'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4. 알레르기 반응은 원래는 기생충에 대항하기 위한 면역반응이었습니다. 기생충은 일반적인 면역작용으로는 대항하기 힘든 큰 크기를 가지고 있고 표면이 딱딱하므로 우리 몸은 일부 조직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초토화 작전을 실행하게 됩니다. 알레르기 반응이 누적되며 기관지 리모델링이 일어나거나, 아토피 환자의 피부가 태선화 되는 것 또한 이런 절박한 방어 기제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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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도는 알겠지만 너무 과격한 방어 전략으로 발생하는 피해의 책임은 비만세포 (Mast cell)과 호산구 (eosinophile) 등에게 있습니다. 이 두 세포는 모아두었던 폭탄을 터뜨리거나 (히스타민) 자폭하는 방식 (호산구)으로 적에게 대항합니다. 다행히 과학자들이 폭탄 피해를 최소화하는 약제, 즉 항 히스타민제나 류코트리엔 억제제, 그리고 다루게 될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https://brunch.co.kr/@ye-jae-o/175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Tr2tUnASY7?xmt=AQF0laVuEcWgNQiBSndea_ofdwSFAcz-kCvIGTzjCglYXA


6. 그래서 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폭탄이 터지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예상하셨겠지만) IgE에서 찾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었습니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폭탄 자체를 분리하지 않고 타이머를 무력화시키지 않습니까? 앞서 설명드린 IgG4와 마찬가지로 면역 글로불린 IgE는 도깨비바늘처럼 벌린 양팔로 항원을 붙잡고, 나머지 몸통에서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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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면역 글로불린의 본체는 바로 몸통 부분 (Fc영역)입니다. IgG4를 제외한 다른 IgG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면역 글로불린에게 포획된 '용의자(항원)'는 몸통을 NK 세포나 대식세포에게 연결함으로써 용의자를 인계합니다. (체포된 뒤 처벌이 이뤄짐, IgG4는 체포는 하되 집행처에 인계하지 않고 숨겨줌) IgE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IgE는 일반적인 NK 세포나 대식세포가 아닌 비만세포나 호산구 등과 작전한다는 것이 차이점이었습니다. (일반 경찰 vs 특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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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또 하나 차이가 있습니다. IgE는 다른 면역 글로불린과 다르게 아예 집행기관과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IgE가 아예 비만세포에 붙은 채로 지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비만세포에 장착된 IgE는 항원을 기다리는 '무장된 상태'로 수 주에서 수 개월간 유지되어 반감기가 무척 늘어납니다. 어찌 보면 다른 면역 글로불린은 순찰이나 검문소에 가깝다면 IgE와 비만세포 (혹은 호산구) 결합체는 덫이나 지뢰 형태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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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실 이렇게 '일체형'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 또한 심각한 침입자를 조기에 확인하고 재빨리 격퇴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이미 침투에 성공해서 자리를 잡은 생물체를 섬멸하는 것보다는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하므로 IgE는 다른 면역 글로불린처럼 한가롭게 혈관 내부만 정찰할 수 없었을 겁니다. (코의 점막과 같은) 최 일선에 설치된 지뢰 (비만세포 등)에 찰싹 붙어 일체형으로 있는 것이 훨씬 성공률을 높일 테니까요.


10.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혈액으로 하는 MAST 검사는 실제 알레르기 반응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번거롭고 불편한데도 피부 단자시험을 따로 해봐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MAST 검사는 자유 IgE (즉, 비만세포와 결합하기 전의 혈액 IgE)만 측정하는 것이라서 그렇습니다.




11. 그런데,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말리주맙은 자유 IgE 만 타깃으로 작동하는 항체입니다. 이미 비만세포에 설치된 IgE는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면역 글로불린을 생산하는 B 세포에서 막 생산한 IgE의 몸체에 들러붙어 비만세포나 호산구에 결합하는 것을 방지하는 약입니다. 그래서 졸레어 주사를 맞고 그 즉시 증상이 호전되지는 않을 수도 있으며 치료 효과를 꽤 시간이 흐른 16주 후에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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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러고 보니 이상합니다. 아예 비만세포에 붙어 있는 IgE까지 무력화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그러니까 지뢰를 해체하면 급성기에도 매우 뛰어날 것 같은데 왜 이리 소극적으로 만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비만세포가 그만큼 터지기 쉬운 상태여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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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실 오말리주맙 이전에 이미 장착된 IgE까지도 무력화시킬 수 있던 후보약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한데 이 후보약(MAE11)은 붙어 있는 IgE에 작용하려다 옆에 있던 IgE를 건드리는 바람에 (교차결합 cross-linking 이 일어남) 비만세포가 뻥! 하고 터졌습니다. 연달아 펑펑 터지는 바람에 심각한 알러지 반응인 아나필라시스까지 일어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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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혈액의 IgE를 포획해 무력화시키는 다소 소극적인 전략에도 불구하고 오말리주맙이 비만세포 표면에 부착된 IgE까지도 분리하는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추가적으로 이 과정에서 비만 세포 표면의 IgE 수용체 밀도도 감소되는 장기적인 이득도 있다고 하니 (Down-regulation) 여러모로 뛰어난 약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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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런데 이렇게 치밀한 전략으로 개발된 IgE에 대한 항체, 오말리주맙도 안타깝게도 아토피 피부염에는 뚜렷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1) 아토피 환자의 IgE는 너무 높아서 졸레어가 1:1로 결합하려면 투여해야 할 약의 용량이 너무 많아져야 하고 2) 아토피는 IgE-비만세포만 문제가 되지 않고 다른 면역 반응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16. 알레르기 면역 반응 자체가 4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만큼, 무언가 뾰족한 수로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 영역이 알레르기학 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IgE를 막으려다가 심각한 알레르기를 일으켜버린 MAE11의 사례처럼, 면역 과정에 직접 개입하려는 시도는 예상치 못한 위험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도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목적지는 사실 이것저것 많이 개발은 되었지만 '그러니까 스테로이드를 미워하지 마십시오'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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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스포일러에 실망하실 분들이 계실지 몰라도, 스테로이드는 이런 복잡한 면역 반응을 광범위하게 조절할 수 있으면서도, 반세기 이상의 임상 경험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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