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로 맞는 콜레스테롤 약

by 예재호

1. 오늘은 주사로 맞는 콜레스테롤 치료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REpaTHA.png




2.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 뜨리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덜 만들어 내게 하는 것입니다. 혈관을 통해 떠다니는 콜레스테롤이 대부분 간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물로 된 혈액 속에 기름을 배송하려다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니 아예 간에서 생산을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방식으로 개발된 약이 다름 아닌 스타틴입니다. 스타틴은 특히 간에 작용해 콜레스테롤 합성에 필수적인 HMG-CoA reductase를 억제함으로써 간 내 콜레스테롤 생산량을 감소시킵니다.


3. 두 번째 방법은 콜레스테롤 흡수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흔히 쓰이는 에제티미브(Ezetimibe)등은 소장 점막 세포에서 콜레스테롤이 흡수되는 것을 막습니다. 더불어 담즙산의 재활용을 막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지방을 녹여 체내로 흡수하는 데 쓰이는 담즙산은 귀중한 자원이라 소장에서 95%가 재흡수되는데 이 과정을 방해해 담즙산이 변으로 빠져나가게 해 주면 간은 부족해진 부분만큼 새로 생산해야 하고,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가져와 써야 합니다. 섬유질을 많이 먹으면 몸에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QoEMGBAWXY?xmt=AQF02GAodIWsNIDdrUlYj4wPhBKvg31Xk5_RRwSKLIkmfA


4. 세 번째 방법은 배송 중인 LDL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복귀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간세포의 LDL 콜레스테롤 수용체(LDLR) 수를 늘림으로써 가능합니다. 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배달하던 LDL 콜레스테롤은 검문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간 모세혈관을 지나며 LDL 수용체(LDLR)에 의해 포집되는데(마치 뜰채로 잡아채듯), 포집하는 갈고리 LDLR의 개수를 늘려주면 순환하는 LDL 콜레스테롤의 양은 줄어들게 됩니다. 참고로 이때 LDLR이 인식하는 타깃이 바로 어제 말씀드린 단백질, ApoB입니다.


APOB100_LDLR.png


5.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방법, LDLR의 개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사실 첫 번째, 두 번째 방법 또한 LDLR의 발현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스타틴이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간에서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보다 부족을 감지한 간세포에서 LDLR을 더 발현해서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재흡수하는 효과가 크다고 알려졌습니다. (SREBP-2 활성화를 통해)


LDLR.png

6. 알고보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도 LDLR을 높이는 효과와 관련됩니다.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을 멀리하고 오메가-3나 올리브 오일(올레산)과 같은 불포화지방산을 골라 먹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불포화지방산이 간세포로 하여금 LDLR을 더 많이 발현시키기 때문이었습니다. 식이섬유를 많이 먹어서 대변으로 담즙산을 배출시키는 전략도 부족한 콜레스테롤 재료를 보충하기 위해 간에서 LDLR을 더 많이 발현시키기 때문입니다.




7. 그런데 간에는 이 LDLR가 무한정 늘어나는 걸 견제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고약하게도 간에서 만들어지는 PCSK9 (Proprotein Convertase Subilisin/Kexin type 9)라고 하는 효소는, 혈액을 통해 배출된 뒤 순환하다가 LDL 콜레스테롤을 포집해 간세포 내로 들어가는 LDLR에 결합해서 LDLR의 분해를 유도합니다. 원래대로라면 LDLR는 임무를 마치고 다시 세포막으로 올라와 재활용되기 마련인데 PCSK9에 잡힌 LDLR은 꼼짝없이 LDL과 함께 분해되는 처지에 놓입니다.


PCSK9inhibition.png

8. 콜레스테롤 통화량을 낮춰주는 귀한 LDLR을 분해하는 PCSK9라니, 이걸 가만히 두고 볼 과학자들이 아닙니다. 마침내 IgE를 타깃으로 만든 단클론 항체 졸레어처럼, PCSK9를 항원으로 인식하여 제거하게 만든 단클론 항체약제가 출시됩니다. 암젠의 레파타(에볼로쿠맙)과 사노피의 프랄런트(알리로쿠맙)은 PCSK9에 딱 달라붙어 더이상 LDLR을 해치지 못하게 합니다.


PRALUENT.png


9. 최근에는 좀 더 발전한 기전의 신약도 나왔습니다. 렉비오(인클리시란)은 간에서 PCSK9 단백질이 생산되는 설계도를 아예 파괴해 버리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항체-항원 방식으로 1:1로 PCSK9를 제거하는 에볼로쿠맙이나 알리로쿠맙은 새로 태어난 PSCK9를 사냥하기 위해 몇 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인클리시란은 일 년에 단 2회만 주사하면 되므로 편의성이 매우 높습니다.


LEQVIO.png


10. 레파타나 프랄런트와 같은 PCSK9 억제제는 기대한 만큼 이상지질혈증 관리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PCSK9 억제제를 썼을 때 LDL 콜레스테롤은 45~70%가 추가로 감소하고, ApoB 지단백 또한 40~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은 8~10%가 상승하고, 좋은 지단백인 ApoA1 지단백이 4~5% 상승했습니다. 특히 기존 스타틴으로는 조절하기 힘들었던 Lp(a)까지 30~35% 줄어드는 효과가 확인되었으니 상당히 뛰어난 치료법인 것은 분명합니다.


11.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효과도 매우 뛰어났습니다. 40~85세 심혈관질환 환자 27,5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FOURIER 연구에서 심혈관계 사망 등이 15% 이상 의미 있게 감소했고, 최대 강도의 스타틴을 사용하여도 LDL 콜레스테롤이 70 mg/dL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ODYSSEY 연구에서도 비슷한 감소 효과를 증명했습니다.


12. 흥미롭게도 이러한 PCSK9 억제 치료의 효과는 단순히 LDL 콜레스테롤 순환량을 줄이는 기전으로만 끝나지 않고 그 이상의 이점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PSCK9가 직접적인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기 때문입니다. 동물 연구에서 PSCK9가 LDLR을 분해할 뿐 아니라 동맥경화반의 염증을 증폭시키고, 경화반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증거가 나타났습니다. (정말 고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13. 이와 관련해 한 연구에서는 혈관 내 초음파를 이용하여 경화반의 퇴화여부를 관찰하였는데, evolocumab을 약 76주간 사용하였을 때가 위약군에 비해 죽상판의 총량이 의미 있게 줄어들고 퇴화 비율도 더 많음을 보고했습니다. Global Assessment of Plaque Regression With a PCSK9 Antibody as Measured by Intravascular Ultrasound (GLAGOV)




14. 그런데, 이런 고약한 일들만 저지르는 PCSK9은 왜 우리 몸에 남아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하등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지요. 실제로 PCSK9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 즉 PSCK9 기능이 제거된 사람들은 LDL 수치가 28% 낮았고 주요 관상동맥 질환 발생률도 88%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논문을 찾아보니 PCSK9는 LDLR을 통해 일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간세포 내로 들어오는 일을 막는 역할을 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합니다.


PCSK9paper.png


15. 또다른 가설로는 없이 살 적, 콜레스테롤의 현명한 분배를 위해 존재했다고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제는 쓸모 없어진(!) PCSK9를 불활성화하는 치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고, 효과도 뛰어날 것으로 알려지지만 큰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가격이 무척 고가이고 보험 적용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예 유전자에서 PSCK를 제거하는 렉비오 주사는 비급여 약제로 1회당 수백만 원의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렴하게 PCSK9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바로 운동입니다.


exercise.png

16. 운동은 간에서는 PSCK9의 발현을 줄이고, 인슐린의 명령 없이도 GLUT-4 를 세포막으로 이동시켜 포도당을 혈액에서 근육으로 보내주는 AMPK 경로를 활성화합니다. 수백만원 짜리 주사를 맞아야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누릴 수 있다니, 오늘 저녁 저와 함께 실천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PYHv1EAZfX?xmt=AQF02GAodIWsNIDdrUlYj4wPhBKvg31Xk5_RRwSKLIkmfA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동맥경화와 Ap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