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와 Lp(a)

by 예재호

1. 동맥경화와 관련된 또 다른 위험인자로 Lp(a)가 있습니다. 억울하지만 이 Lp(a)만큼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만드냐가 유전자 수준에서 결정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Lp(a)는 식단이나 운동으로는 떨어뜨릴 수가 없고 약으로도 조절이 어렵습니다. 하물며 이런 Lp(a)는 LDL 콜레스테롤보다 악질입니다. 우리는 일생에 한 번은 Lp(a) 농도를 측정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Lp(a)는 LDL 콜레스테롤을 덮은 ApoB 단백질에 Apo(a) 단백질이 하나 더 붙은 형태의 지단백입니다. 테니스공에 꼬리가 달린 모습을 상상하시면 딱입니다. 꼬리가 달렸긴 해도 LDL 콜레스테롤 분자와 크기가 비슷해서 혈관 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내피 세포 틈으로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염증을 일으키며 결국 경화반을 형성하는 것도 LDL 콜레스테롤과 비슷합니다. 유사 LDL 콜레스테롤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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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런데 이 Lp(a)는 LDL 콜레스테롤 분자와 비교하면 훨씬 더 악질입니다. 분자 하나당으로 비교하면 가장 ‘독한’ 녀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LDL 콜레스테롤보다 훨씬 빠르게, 훨씬 딱딱하게 동맥경화반(plaque)을 만들고, 염증도 더 크게 일으킵니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주는 이유는 다름 아닌 옆에 달린 꼬리 때문입니다. (atherogenic/inflammatory/prothrombotic)


4. 먼저 꼬리를 이루는 구성 성분이 산화되기 쉬운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산화가 잘 되다 보니 (마치 자석처럼) 염증세포도 잘 불러 모읍니다. 모여든 염증세포는 Lp(a)가 잠자코 묻혀서 스러져가지 못하게 만듭니다.


5. 사실 혈관 벽에 뭐가 끼였다고 전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매립지에 쓰레기를 묻었다고 전부 메탄가스를 만들어 내고 폭발 위험이 있는 게 아닌 것처럼요. 흉터(섬유성 막) 아래에서 잠자코 시간을 보내며 조용히 썩혀지는 경화반도 많습니다. 아예 쓰레기가 투기되지 않으면 제일 좋겠지만, 일단 묻혔다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썩히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산화물질(Oxidized Phospholipids)이 많은 Lp(a)는 '방사능폐기물'처럼 폐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첫 번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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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두 번째로 꼬리의 모양이 고약하게도 플라스미노겐을 닮았다는 것입니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볼록 올라온 경화반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드리다 보면, 대부분 마치 쓰레기통이 넘쳐흐르는 것처럼 경화반이 쌓이고 쌓여 혈관을 콱 틀어막는 것을 상상하시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섬유성 막(흉터)이 충분히 안정화되기 전에 모종의 이유로 흉터가 찢어지고, 묻어뒀던 폐기물이 혈액에 노출되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청결해야 할 혈액에 험한 것들이 드러나니 화들짝 놀란 혈소판들이 혈전 작용을 시작하는 겁니다.


7. 이런 혈소판+피브린+LDL류+염증세포가 한데 엉겨 붙어 만들어진 혈전(이른바 피떡)이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합니다. 특히 급성으로 발생하는 혈관 폐색은 슬금슬금 차오른 경화반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내부 출혈과정에서 Apo(a) 형태가 큰 골칫거리가 됩니다. 혈전을 녹이는 물질, 플라스미노겐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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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리 몸에는 과도하게 생성된 혈전을 녹이는 백업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의 지혈과정은 일단 피가 나면 호전적인 혈소판을 먼저 보내 무작정 지혈을 시작하고 그 뒤에 곰곰이 따져보고 아니다 싶으면 녹이는 식에 가깝습니다. 아무래도 출혈은 생명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과민한 것이 낫긴 합니다. 한데, Apo(a) 꼬리가 이 백업 시스템을 방해합니다. 실수로 너무 많이 생긴 피브린 그물을 녹이려면 플라스미노겐이 붙어 활성형 플라스민으로 변해야 하는데, 그 자리를 Apo(a)가 떡하니 차지하는 일이 왕왕 생깁니다. 모양이 플라스미노겐하고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https://brunch.co.kr/@ye-jae-o/159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SpINrMAUeQ?xmt=AQF0BOGPjpMhcr4F0Sj1WhxrW1eF508i4_2n_ESjN_uTpg


9. 셋째로, 스타틴으로 조절이 안 됩니다. 어쩌면 이게 제일 큰 문제일 수도 있는데요. Lp(a)는 달린 꼬리 때문에 LDLR에 잘 잡히지 않아서 혈액에서 제거가 잘 안 됩니다.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생산을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족을 감지한 간세포가 혈액에서 콜레스테롤을 재흡수하기 위해 LDLR를 더 많이 표시하게 만듭니다. 가장 강력한 스타틴으로 조절이 안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걱정거리를 남겨둡니다.


10. 하지만 그럼에도 높은 Lp(a) 대한 치료는 스타틴을 더 열심히 먹는 것입니다. Lp(a)는 조절할 수 없다지만 더더욱 LDL 콜레스테롤을 낮게 유지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p(a)를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다 보니 어쩐지 흑막의 가려진 실세, 놓치고 있던 진범과 같은 뉘앙스로 다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여전히 LDL 콜레스테롤이며 관리의 목표 또한 LDL 콜레스테롤을 낮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Lp(a)가 강력해도 LDL 콜레스테롤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숫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11. 검사를 해서 Lp(a)가 50mg/dl (125 nmol/L) 이상으로 나온 분은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80mg/dl 이상이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증 환자와 비슷한 수준의 고 위험도로 분류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유전인자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되므로 Lp(a)는 평생에 한 번만 재어봐도 충분합니다. 바뀌지 않습니다. 병원에 따라 단위가 다를 (nmol/L)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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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일반 의원에서 검사하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Lp(a)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10% 정도가 Lp(a)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전적으로 Lp(a)를 많이 만들어내는 분은 그 분율이 과소평가될 수 있습니다. LDL 수치가 사실은 '가면을 쓴 Lp(a)'일 수 있으므로 높은 LDL의 반 이상이 Lp(a) 일 수도 있습니다. 스타틴을 먹고도 LDL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합니다.


13. 다행히 어제 다룬 PCSK9 억제제가 Lp(a)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타틴과 마찬가지로 간세포에서 LDLR 개수를 늘리는 기전임에도 PCSK9 억제제는 효과가 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그만큼 PCSK9가 LDLR의 효과를 보존하는데 훨씬 강력하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아직 가설 수준이기는 하지만 PCSK9가 Apo(a) 단백질 합성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다행히 Lp(a)를 직접 낮추는 약제들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으며, 향후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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