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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로바-유 (철결핍빈혈)

철분제는 아무래도 공복에 드시는 게 좋습니다.

by 예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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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움, 창백, 숨가쁨, 피로, 두통 등의 증세로 내과를 내원하게 될 경우 가장 듣게 될 가능성이 높은 병명 중에 하나가 철결핍빈혈입니다. 청소년기에는 급하게 성장하다 보니 철분이 필요한 곳이 많아져서 부족해지기 쉽고(요구량 증가), 어른이 되면 월경 과다, 소화기계 출혈 등으로 인해 소실량이 늘어 진단을 받습니다.



철분은 적혈구 내에 헤모글로빈이라고 하는 단백질의 원료인데, 이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몸 이곳 저곳에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원료가 부족해지면 (철결핍) 골수에서 헤모글로빈을 못 만들어내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빈혈수치까지 떨어지면 증상이 생깁니다. 그래서 사실은 증상이 느껴져서 철결핍빈혈을 진단받았다면 비교적 진행된 단계, 그러니까 한참 전부터 시작된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철분은 음식으로 먹어야 흡수가 됩니다. 잘 아시다 싶이 육류와 견과류, 시금치 브로콜리 등의 푸른 잎채소 등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혈청 훼리틴 (ferritin) 수치 정도는 기억하면 좋습니다. 훼리틴은 철을 저장하는 단백질의 이름입니다. 혈청 훼리틴 수치가 15미만이라면 골수에서 적혈구를 만들어 낼 재료가 바닥난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치료의 목표는 혈청 훼리틴 수치가 50이상이 되는 것이고 보통 6개월 정도 잘 복약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합니다. 만약 검사한 결과 훼리틴 수치가 7 정도 나왔다면 상당히 수준 높은 철결핍상태라고 생각하시고 자부심을 느끼셔도(?) 됩니다.



음식에 포함된 일부 철은 위산이 많이 분비된 상태에서만 흡수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위절제술을 받았거나 제산제를 복약중이라면 철결핍빈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몸에 흡수가 잘 되는 철분은 2가철이고, 위산이 있어야 2가철로 변환되는 것은 3가 철입니다. 2가철은 육류에 많고, 3가 철은 나머지 음식에 많습니다. (역시 고기가 최고입니다.)



보통 병원에서 처방되는 철분제는 훼로바유 서방정입니다. 훼로바유 서방정은 2가 철 80mg 이 포함되어 있어 대부분은 1일 1회 1알만 드셔도 충분합니다. 사실 위산이 없어도 흡수가 가능한 2가 철 제제므로 꼭 공복에 드셔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따로 드시는 것이 흡수에 유리합니다. 다른 음식 (특히 야채) 와 섞이면 흡수율이 팍 떨어집니다. (비슷한 원리로 갑상선 호르몬제도 공복에 드시는 것이 더 잘 흡수됩니다.) 볼그레 액이라고 액상 형태도 가끔 처방이 됩니다만, 치아에 착색이 되는 경우도 있고 원소철 용량도 40mg 으로 작아 저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만약 볼그레 액을 처방받으셨다면 빨대를 쓰셔야 하니 지구 환경에도 좋지 않습니다.



철분제를 먹고나면 2~3일 후에는 대변색이 어둡게 까맣게 나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 것이므로 복약하는 법을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철분제를 먹고 가장 힘들어하시는 것 중 하나는 변비인데, 충분한 수분 섭취와 식이섬유 섭취를 한 뒤에도 불편하시다면 취침 전에 먹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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