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발주명령
갑상선자극호르몬(TSH)는 판매 현황을 분석해, '이번 달 생산은 이만큼 해 주세요'라고 공장에다 지시하는 관리부서의 발주 명령과 같습니다.
1.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체온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간단히 이해하시려면 갑상선 호르몬이 나오면 우리 몸은 일하고, 갑상선 호르몬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 몸은 쉰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2. 예를 들어 임신은 심장이나 혈관 등 장기 입장에서는 '추가 업무'를 하달받는 것이기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이 더 나와줘야 합니다. 반대로 노화는 '업무량'이 줄어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이 덜 필요해 집니다.
3. 우리 몸에서 대부분의 내분비계 상위 조절자는 뇌 안에 있는 뇌하수체라는 기관입니다. 뇌하수체에서 갑상선 공장으로 보내는 명령이 바로 TSH, 갑상선 자극 호르몬입니다.
4. 시장(몸)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다는 분석 결과를 받으면 뇌하수체는 갑상선 자극호르몬을 많이 방출해서 생산을 늘리고 보관하고 있던 호르몬을 출하하라는 지시를 보냅니다.
반대로 몸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충분한 상태라면 갑상선 자극 호르몬은 줄어들고 갑상선은 쉽니다. 즉, 작업 지시가 내려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되먹임(feedback)이라는 과정입니다.
5. 그래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은 갑상선 기능이상이 의심될 때 제일 먼저 시행하는 선별검사입니다. 만약 갑상선 자극호르몬이 정상범위를 벗어나 측정된다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장이 관리부서의 지시대로 하지 않고, 제멋대로 생산하고 있다.
6. 선별검사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있다면 정밀검사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 T3와 fT4 수치를 확인합니다. T3와 fT4는 갑상선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 (호르몬) 입니다. T3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fT4 정도만 알고 있어도 충분합니다.
7. 예를 들어 TSH가 정상범위의 하한아래이고 fT4가 정상치를 상회한다면,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어 있는 것입니다. (즉, 그만 만들어도 된다고 지시했음에도 계속 만들어내거나 분출하는 상태입니다.) 반대로 TSH가 초과되어 있고 fT4가 낮다면, 몸에서 필요한 만큼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못 만들고 있거나 배출이 제한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8. 갑상선 기능이상을 초래하는 상황은 대부분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쉽게 이해하기로는 TSH와 혼동되는 거짓 지시를 받고 있는 갑상선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보통 갑상선 기능항진의 경우 그레이브스 병, 기능 저하의 경우 하시모토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하시모토 병도 초기에는 기능 항진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는 앞에서 말씀드렸듯 갑상선이 생산공장 역할도 하지만 보관 창고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9.보통 갑상선 기능이상이 의심될 때 대부분 갑상선암부터 생각하시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반대로 갑상선이 커지거나 주변에 멍울이 잡히더라도 갑상선 기능은 정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