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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뇨, 단백뇨

by 예재호

1. 소변을 눴는데 유난히 거품이 많이 생긴 것 같아서 걱정된 적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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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늘은 단백뇨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3. 단백뇨는 혈뇨에 비해서 내과적인 경향이 좀 더 짙은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인가하면, 혈뇨 환자분을 진료할 때 (단발성의) 급성기 질환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면 단백뇨는 만성적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병들을 먼저 검토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4. 환자분들의 반응도 사뭇 다릅니다. 혈뇨가 있다고 들은 분들이, '엥? 제게 왜 이런 일이, 당황스럽네요.'라는 반응이라면, 단백뇨 환자분의 경우 '아 제가 요즘 건강 관리에 너무 신경을 못 쓰고 살았던 것 같아요'라며 후회와 걱정을 먼저 보이시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5. 허나 단백뇨의 가장 많은 원인은 (일회성의) 기립성 단백뇨입니다. 원리가 재밌는데요. 서 있을 때, 중력이 더해진 탓에 신장 내 압력이 높아져 사구체에서 단백질이 더 빠져 나오는 이유로 생깁니다. 누워있을 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자고 난 다음 첫 소변으로 검사를 하면 단백뇨가 나오지 않습니다.


6. 이처럼 일시적으로 투과도가 높아져 단백뇨가 나오는 다른 상황으로는 발열, 운동, 탈수, 임신, 고열 등이 있습니다. 소아, 청소년기에 동반된 다른 이상이 없이 단백뇨만 단독으로 검출될 경우는 보통 여기에 해당합니다. 치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7. 다만 기립성 단백뇨가 발생하는 원리에는 관심을 가져 보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압력에도 사구체는 쉽게 손상될 수 있구나 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구체를 (즉, 신장을) 오래 오래 쓰려면 최대한 부하를 덜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들이 혈압이 정상인 분에게도 종종 혈압약을 처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정 혈압약은 사구체 내 압력을 낮춰서 신장 손상을 예방하는 이득도 있습니다.




8.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단백뇨는 나오는 경우는 앞서 말했 듯이 만성질환과의 연관성이 높습니다.


9. 먼저 사구체(막)의 이상으로 발생한 단백뇨가 있습니다. 주로 면역학적인 원인으로 사구체가 망가지고 그 사이로 단백질이 빠져나오는 질병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혈뇨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전신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뇨에서 설명드린 것과 같이 조직검사가 필요합니다.



10. 두 번째로 몸에서 단백질을 과도하게 만든 탓에 어쩔 수 없이 밀려 나오는 단백뇨가 있습니다. 다발성 골수종, 급성 백혈병, 횡문근융해증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히 다발성 골수종은 노인분들에게 매우 흔한 질병 중 하나로 치료받지 않으면 과도하게 생성된 면역 단백질이 필터를 막아 신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보통의 단백뇨가 알부민뇨를 의미하지만, 다발성 골수종의 단백뇨는 그 종류가 달라 일반적인 단백뇨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보고되기에, 특수한 검사를 통해 소변 내의 단백질을 확인합니다.


11. 다발성 골수종의 단백뇨가 신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면, 보통의 알부민뇨는 신장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한 결과라는 점을 주목하면 좋겠습니다. 전자가 톱밥이 많이 끼여 필터가 막히는 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후자는 철망의 눈이 벌어져서 톱밥이 더 흘러나오지 않도록 막는 것에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이 되겠습니다.


12. 아무래도 가장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은 당뇨나 고혈압 환자에서의 단백뇨입니다.


13. 당뇨나 고혈압이 있는 환자에게서의 단백뇨는 만성질환 관리의 한 항목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사구체여과율, 혈중 크레아티닌과 더불어 단백뇨, 미세알부민 등은 만성 신장병증이 진행되는 환자에게서 정기적으로 측정되는 지표입니다. 의사들은 미세알부민뇨가 검출되는 만성질환자들에게 좀 더 엄격한 혈압 관리와 혈당 관리를 시도합니다. 개인적으로 미세알부민뇨는 다른 어떤 항목보다 먼저 경고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14. 앞서 기립성 단백뇨의 설명에서 보셨듯 추가적인 압력만으로도 사구체는 큰 영향을 받습니다. 마치 가늘고 촘촘한 철망으로 된 필터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철망의 눈이 벌어지는 것을 상상하셔도 좋겠습니다. 혈압이 높아지면 신장의 필터 기능이 망가지고, 결국 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투석에 이를 수 있습니다. 투석 환자는 모든 철망이 다 망가져 더는 여과를 할 수 없는 상태와 비슷합니다. 당뇨, 과도한 음주, 특히 흡연, 통풍 (고요산혈증) 도 필터에 부담을 주는 조건입니다.


15. 단백뇨가 심해지면 단백 식이 제한이 필요합니다. 60kg의 성인 기준으로 하루 최대 48g 미만으로 단백질을 먹도록 하는데, 이는 삼겹살 두 덩이나 닭가슴살 한 조각 정도의 작은 양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반 식품에도 단백질이 포함되므로 거의 고기 섭취를 하면 안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해 드리고 있습니다.


16.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단백질이라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17. 소변에 거품이 많다고 전부 단백뇨는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소변을 누는 속도나 농도에 따라서도 거품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품이 자주 생기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상 신호일 수 있으니, 병원을 방문하여 소변 및 혈액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보고 진료를 받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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