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1. 골다공증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러지지 않는 것입니다.
2. 그 이유를 골다공증약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비스포스포네이트제제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들어 설명해 볼 수 있습니다.
3.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약이라고 하니 구멍이 숭숭 뚫린 벽에 벽돌을 쌓아 튼튼히 보수해 주는 장면을 떠올리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 하지만 비스포스포네이트는 사실 벽에다 구멍을 내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너 그러면 안 돼'라고 하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파골세포의 활동을 억제하여 '뼈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는 약이거든요.
5. 실망하셨나요? 그렇습니다. 울버린처럼 아다만티움을 뼈에다 집어넣는 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내 몸이, 뼈가 강해지는 방식으로 약이 작동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썩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치료라는 점, 저도 인정합니다.
6. 헌데, 슬프게도 칼슘제나 비타민 D를 사 먹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우유를 마시며 이 우유가 우리 몸에 들어가서 뼈를 튼튼히 해줄 거라 은연중에 기대하지만, 실은 성장기가 지난 다음에 먹는 칼슘제와 비타민 D는 '그렇게라도 먹지 않으면 골에서 빼내어 써야 하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겁니다.
7. 이렇게 골다공증에 소극적으로 밖에 대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장기 이후 최대 골량에 도달하고 난 성인에게 더 이상 골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골다공증이란, 사실 한정적인 개수의 레고 브릭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상황과 매우 유사합니다.
8. 부모님이 레고 브릭을 더 이상 사주지 않는 아이는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자기가 만든 작품을 부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9. 안 부스고, 고대로 좀 놔두면 안 되냐고요? 아이들이 그럴 수 없듯이 우리 몸도 멀쩡한(?) 골을 부스고, 다시 조립하는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10. 뼈가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것을 골 재형성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우리가 살아서 걷고 뛰고 움직이는 한 계속해서 뼈에 손상이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낡고 손상된 부분을 파골세포가 제거하고, 그 자리에 조골세포가 새로운 뼈를 채워 넣어 뼈의 강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11. 둘째로, 칼슘 자체가 우리 몸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전해질이라는 것입니다. 나트륨이나 칼륨에 비해 칼슘과 인은 조연 같은 느낌이 분명히 있지만, 근육을 수축하여 몸을 움직이게 만들며, 무엇보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데 칼슘이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 칼슘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뼈입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몸은 뼈라는 은행을 들락거리며 칼슘을 내어 쓸 수 밖에 없습니다.
12. 결국, 골다공증이란 '아이가 얼마나 레고를 튼튼하게 잘 만드는지' 감독하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가지고 놀다 '레고 부품을 잃어버리지 않게 꼼꼼하게 챙기는 게' 중요한 질병입니다.
13. 그래서, 골다공증의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 골절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14. 206개의 레고 작품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노는 와중에 높은 곳에서 하나가 떨어져 와지끈 부서져 버린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성인의 뼈 개수가 206개입니다.)
15. 그 사고에서 잃어버린 레고조각도 문제지만, 아이를 달래느라 허겁지겁 여기저기서 떼내어 와 부서진 작품을 새로 만들어줘야 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애가 결과에 만족하냐 안 하냐의 문제는 차후의 문제입니다.)
16. 그래서 골다공증의 위험도에 있어 골절력이, 비록 아주 작은 새끼발가락의 골절이라 하더라도 의사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겁니다.
17. 다행히 최근에는 골을 만들어내는 (즉, 조골세포의 활동을 자극하는) 치료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단기간만 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18. 뼈의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부러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