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

감정이 풍부하다는 말

by 예 진리



“감정이 풍부하다”는 말은 칭찬일까,

아니면 칭찬을 빙자한 말일까.


감정이 풍부한 것과 감정적인 것은 전혀 다르다.

감정에 쉽게 자극받고 휘둘리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감정적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것과 그것을 타인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감정을 느끼는 건 잘못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그 사람의 성품을 드러낸다.


나는 종종 ‘이성적’이라 자부하는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더 ‘감정적’인 면을 본다.

진정으로 이성적인 사람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인정하고, 타인의 감정까지도 존중할 줄 안다.

이성이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품은 채 균형을 잡는 힘이다.

우리는 모두 감정적이고 동시에 이성적이다.

그 두 가지가 공존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품격이 드러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려 애쓰는 이유는 결국 ‘감정’ 때문이다.

돈을 벌고, 좋은 음식을 먹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이 우리를 만족시킨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순간 설렘은 멀리 달아난다.

그래서 우리는 더 큰 기쁨, 더 짙은 행복을 찾아 나선다.


마약만 중독이 아니다. 기쁨, 성취, 인정, 사랑— 그것들도 반복되면 중독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감정을 찾아 다시 걷는다. 그게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 있다면, 그것은 감정을 깊이 느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장면을 보고도 더 많이 느끼는 사람,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

그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감정이 풍부하다는 건 예민하다는 뜻이 아니다.

세상을 더 정교하게, 더 따뜻하게 느낀다는 뜻이다.

나는 그들을 ‘세상을 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 부르고 싶다.



혹시 요즘 우울한가. 그렇다면 그 감정을 억누르지 말자.

우울한 만큼 괴로워도 좋다. 대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그 안에는 슬픔, 외로움, 그리움, 희망, 사랑… 수많은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걸 들여다보는 순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풍부해진다.

그리고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감정이 풍부하다는 것은 결국 큰 사랑을 품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축복이라는 것을.


눈앞의 감정에만 머물지 말자.

그 너머에는 언제나 따뜻함이 있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결국 사랑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다.

감정이 풍부하다는 건, 세상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