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게 아닐까
제주도에 왔다. 우도에 도착했다. 우리는 작은 오토바이를 빌렸다. 걸어서는 갈 수 없는 여러 골목길을 누볐다.
해안길을 달리다 바다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곳이었다. 친구는 평소 나보다 조심스러운 편이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들어가보자”고 했다. 여행에서만큼은 즉흥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 나는, 좋아하며 외쳤다.
“달리자!!!!”
그 길로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이 나왔다. 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갈까. 우리는 더 바다와 가까워 보이는 오른쪽을 택했다. 그리고 미끄러운 바닥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그대로 오토바이와 함께 미끄러졌다.
아야— 아팠다.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다 “추억이다.” 하며 웃었다. 만약 오토바이가 바다에 빠졌다면, 우리 중 누군가가 튕겨 나갔다면, 혹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그 순간 바로 웃지는 못했겠지. 그래서 이 정도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겨우 몸을 일으켜 다시 육지로 나가는데 문득 긁힌 오토바이가 걱정됐다. “수리비가 50만 원은 넘게 나올 수도 있겠다.” 친구의 말에 후회가 밀려왔다.
‘들어가지 말걸….’
그때부터는 드라이브 할 기분도 사라졌다. 우리는 얼른 오토바이를 반납하기로 했다. 나는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기 싫어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괜찮다고 그냥 가라는 듯했다. 달려오는 친구의 발걸음이 가볍다. 쓰지도 않은 50만 원을 아꼈다는 생각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제주로 돌아가는 배 시간은 아직 멀었고 오토바이를 빨리 반납한 건 아쉬웠지만, 50만 원을 ‘벌었다’고 생각하니 3만 원쯤은 써도 괜찮았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선착장 근처 눈에 띈 카페로 들어갔다. 엇— 과연, 이 카페는 예상치 못하게 너무 좋은 곳이었다. 사장님의 취향이 묻어나는 공간. 나는 이렇게 ‘취향이 명확한 공간’을 좋아한다. 아마 그 취향이 내 취향이기도 해서겠지. 커피의 향, 곳곳에 쌓인 책 냄새.
우연히 집어 든 책은 글을 쓰는, 그리고 ‘글을 쓰기로 다짐한’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아마 오늘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읽지 못했을 책일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 생겼다. 글을 쓰며 자주 열어볼 그런 책. 그리고 생각했다.
삶이란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가면 안 될 것 같은 길을 가보는 것,
그 길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
되돌아 나오더라도, 그 경험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아는 것,
걱정했던 일들이 일어나지 않음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우연히 생긴 ‘변화의 틈’ 속에서 본래 계획과 달라지더라도 그로 인해 만나게 된 우연과 인연에 다행임을 느끼는 것,
하나의 선택만 틀어졌어도 만나지 못했을 상황과 시간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