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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Nov 03. 2021

많이 먹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상황에 지배되지 말아요

시작은 두 가지 상황을 상상하는데에서 출발한다.

다음 상황에서 당신은 과연 '더 먹을 것인가?'


상황 1

당신은 오늘 혼자 먹는다. 배는 살짝 고픈 정도. 다인용 배달 떡볶이를 시킬까 잠시 고민하다가, 포장마차에 들러 떡볶이 1인분을 시키기로 결정한다. 물론, 적당할 것 같지 않으니 4개에 1 인분이라고 쓰여있는 튀김도 함께 주문한다. 그리고 집에 들어간다. 핸드폰은 방에 두고 (이건 어디까지나 상상이니까), 당신은 식탁에 앉아서, 먹는 것에 집중한다. 떡볶이 맛도 음미해보고, 튀김의 바삭함도 평가해본다. 당신의 식사를 방해하는 그 어떠한 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가지 음식은 바닥을 보여가고, 어느 정도 배가 찼다는 것이 느껴진다. 조금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집에 당장 먹을만한 음식은 딱히 없다. 나가서 사 오지 않는 한?


상황 2

이번에는 당신은 친구의 생일을 맞아 파티에 초대되었다고 한다. 도착해보니 이미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와 튀김, 순대, 김밥을 잔뜩 사놨다. 물론, 몇 인분 시켰는지는 묻지 않았으니 얼마나 많은지는 생략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업데이트할 근황이 많다. 오늘 친구 집에서 다 함께 자기로 한 당신은 편안한 파자마를 입고, 재즈 풍의 음악을 틀으며, 음식이 놓인 식탁에 앉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한 친구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친구, 그다음 친구로 넘어갈 때 즈음, 배가 찼다는 걸 인지한다. 하지만 음식은 이미 거의 바닥난 상태.

먹성이 좋은 친구들도 배가 찾는지 일제히 수저를 내려놓는다.

"너무 배가 불러서 더 이상은 못 먹겠어." 하지만, 생일자 친구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지"


그리고는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과, 초코칩 쿠키를 금방 내온다.

"내가 저번에 해봤는데, 초코칩 쿠키랑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랑 같이 먹으면 진짜 맛있다?"

먼저 시범을 보이는 생일자 친구와, 친구들의 리엑션.

그리고 이내 나에게 스푼이 건네 진다.


진짜 안 먹을 수 있다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서는 '무엇을 먹는가'만큼이나 '얼마나 먹는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당신이 만약, '점심으로 피자를 먹을까?'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몇 조각을 먹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동안 배부름이 주는 신호보다 '환경'에 의해 더 먹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그런 사람들은 다음 이야기에 더욱 주목하길 바란다.


환경은 우리의 식사량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어떤 환경적 요소가 우리로 하여금 더 먹게 하는 것일까?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다음 두 가지를 통해 자신이 먹고 있는 양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단서로 삼는다고 한다.

출처: brainlesstales.com

1. 몸에서 느끼는 채워진 양

위에 받아들이는 대강의 양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흔히 "더 먹을 배가 아직 남아있어"라고 말하는 그때의 '배'가 의미하는 것으로, 내가 얼마나 먹었는지 식사하는 동안 꽤 지속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우리의 위는 음식을 보면 없는 공간을 또 만들어내는 존재이기에..., 실제 먹은 양이 '얼마나 많은지' 자각하는 다른 근거가 필요하다.

출처: shutterstock.com

2. 모니터링

모니터링은 그 판단 기준을 내릴 수 있도록 실제 먹은 양을 인지하기 위해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침으로 '바나나 1개, 피넛버터 1스푼, 소이 라테 1컵'을 놓고 먹고 있다가, 줄어든 양을 통해 먹은 양을 인지하여 식사의 양을 판단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런 '몸의 반응'이 아닌 시각적인 '관찰'에 의한 모니터링은 정해둔 양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더 쉬운 예를 들자면, 과자 한 봉지를 먹는 와중에는 자신이 얼마나 먹었는지 깨닫지 못하다가, 바닥이 보이는 것을 보면서야 많은 과자를 먹었음을 인지하는 것과도 같다. 과자가 큰 봉지였을 때와 작은 봉지였을 때는 분명히 양에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먹은 양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가 얼마나 먹었는지 판단하는 근거가 꽤 가변적일 뿐 아니라 (음식을 보면 공간을 만들어내는 위), '상황'과 '환경'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니. 그렇다면 어떤 상황과 환경을 만났을 때 우리는 과연 더 먹게 되는 것일까?

출처: https://wegotnuts.com/products/raw-almonds-in-shell

첫 번째. 먹기 위해 드는 노력이 적을 때

손을 뻗으면 닿는 위치에 초콜릿이 놓여 있다고 보자. 저 멀리 카운터에 있을 때 보다 당신이 그 초콜릿을 먹게 될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아몬드 실험

연구: 비만인 대상으로 어느 그룹이 더 많이 먹는지 비교

1. 그룹 A: 껍질이 벗겨진 아몬드
2. 그룹 B: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아몬드

결과:  A 그룹의 섭취량이 많았다.
출처:https://www.thekitchn.com/california-sandwich-recipe-23048128

두 번째. 시각적으로 눈에 띌 때

도드라진 물체를 보면 우리는 지나가다가도 발길을 멈춘다. 마찬가지로 음식도 많은 양이 한 곳에 쌓여있으면, 낱개로 있을 때 보다 먹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포장에 있어서도, 내용물이 훤히 드러나는 음식이, 감춰져 있을 때보다 그 음식을 먹을 확률은 더 높아진다.

샌드위치 실험

연구: 어떤 샌드위치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위치에 두었을 때, 어떤 것을 더 많이 먹는지 비교

1. 샌드위치 A: 플라스틱 랩에 쌓인 샌드위치
2. 샌드위치 B: 포일에 쌓인 샌드위치

결과: 샌드위치 A의 섭취량이 많았다.
출처: https://thecozyapron.com/cream-of-mushroom-soup/

3) 1인분의 양이 많을 때

과자 봉지의 예시처럼, 우리는 먹은 양을 상황이 주는 단서로 인지를 하기 때문에, 실제 양과 상관없이 그릇이 비워질 때까지 먹는 경향이 있다.

줄지 않는 수프 실험

흥미로운 한 유명한 실험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Wansink 박사는 참가자들에게 수프를 먹도록 주는데, 그 수프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바로 수프 아래에 연결된 파이프에서 수프가 끊임없이 채워지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던 것이다. 잘된 실험설계로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수프를 먹었고, 놀랍게도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수프를 먹었다고 한다.


출처: https://www.mms.com/en-us/

4) 다양할수록

한 가지를 먹을 때 보다, 여러 종류의 음식이 있을 때 우리는 더 많이 먹는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역시 '인지'하는 다양성이지 실제로 다양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M&M 실험

연구: 어떤 그룹이 M&M 초콜릿 더 많이 먹는지 비교

1. 그룹 A:  10가지 다른 색의 M&M
2. 그룹 B: 7가지 다른 색의 M&M

결과: 그룹 A의 섭취량이 많았다.

뷔페식으로 음식을 차려놓고, 같은 음식을 하나 이상의 접시에 넣고 늘여 놓으면, 한 가지 음식을 한 가지 접시에 놓여있을 때보다 더 많이 먹었다는 연구도 있다.

출처: Facebook.com/IlBuco

5) 릴랙스, 편안한 환경일 때

편안한 음악, 은은한 조명, 더 오래 앉아있고 싶은 공간에 있을 때 더 많이 먹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우리는 빨리 먹고 나가게 되지만, 고급 이태리 레스토랑에 가면 꼭 디저트까지 먹고 싶게 된다. 또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하느냐도 연관이 있는데, 편안한 사람과의 식사는 자연스레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많이 먹게 되는 반면, 불편한 사람과의 식사에서는 식사 시간도 짧거나 긴장 탓에 음식을 덜 먹을 수밖에 없게 된다.

출처: https://www.foodnavigator.com/Article/

6) 식사 이외에 관심이 쏠릴 때

오로지 밥 먹는 데에 집중하기보다,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있다면 우리의 모니터링 스킬은 더 어려워진다.

 탐정 스토리를 듣는 실험

연구: 어떤 그룹이 점심 식사를 많이 먹는지 비교

1. 그룹 A:  탐정 스토리를 틀어주고 점심 식사를 하게 함
2. 그룹 B: 침묵 속에 점심 식사를 하게 함

결과: 그룹 A의 섭취량이 많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는가? 다음의 솔루션은 식사량을 줄여야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방법일 것이다. 혹시 자신이 먹는 양을 늘려야 한다면, 오히려 위에서 제시된 환경을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1) 그릇 크기 줄이기, mini pack 과자 봉지 사기

나의 밥그릇과 국그릇의 크기를 줄여보자. 동일한 밥의 양이라도, 큰 그릇에 받을 때는 왠지 내가 너무 조금 먹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작은 공기는 시각적으로 채워주는 효과 때문에 적당히 먹었다고 인지하기 쉽다. 간식을 사는 데 있어서는 작은 봉지의 과자를 사거나, 큰 봉지를 사고 미리 소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2) 과자 간식은 숨겨두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자. 찬장 가장 위, 서랍 가장 아래 칸.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반대로, 건강한 간식, 예를 들어 귤 두어 개, 바나나 두어 개는 식탁 위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고플 때 차라리 과일을 먹는 게 나을지도!

 출처: 한국일보

3) 미식가가 되어 보자

음식에게 조금 집중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음식을 음미할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천천히, 맛과 텍스쳐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 티브이와 핸드폰은 잠시 멀리 두고, 내가 먹는 음식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다.

출처: https://www.timeout.com/newyork/restaurants/best-buffet-restaurants-in-nyc

4) 뷔페에서 한 접시에 두 가지 이상 음식을 담지 않는다.

한 접시에 딱 두 가지씩만 담자. 일단 식탁으로 가져가서 먹어보고, 또 무엇을 먹고 싶은지는 그다음에 가서 생각해도 충분하다.

출처: https://www.houseofwellness.com.au/health/nutrition/portion-sizes-right-amount-of-food

5) 외식 시, 먹기 시작 전 먹을 양을 따로 정해두고 리필하지 않기

지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먹기 전에 내가 처음 정해둔 양을 인지하는 것은 꽤 도움이 된다. 초과해서 먹더라도, 우리에게는 나름의 1인분을 이미 정해둔 상태이기에, 비교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다시 상황 2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바꿀 필요는 없다. 그저 위에 제시된 것 중 가장 지킬 수 있는 한 가지만 기억하자. 

오늘 목표는 1:2:2 (1개 접시에 2가지 음식을 2번만 먹는다)

식탁에 앉은 당신은 앞접시에 가장 먹고 싶었던 떡볶이와 순대 두 가지만 일단 담는다. 오늘 목표는 2 접시를 파티가 끝날 때 동안 비우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씹고 맛을 음미한다. 수저는 계속 들고 있지 않고, 씹는 동안에는 식탁에 내려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제어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건강한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을 느끼되,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만 기억해보자. 

그것만으로 당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는 충분하다.

달콤한 간식을 너무 많이 먹고 있는가? 다음에 마트를 갈 때는 작은 사이즈의 간식을 사보자. 그리고 그 간식이 나의 하루 동안의 일용할 간식임을 생각하며 온전히 즐겨본다.

과일과 야채가 부족한가? 회사와 학교 주변에 있는 샐러드 가게를 탐색해본다. 그리고 내일부터 그곳을 나의 루틴 안에 자연스럽게 넣는 것으로도 당신은 충분한 변화를 주고 있다.


오늘 당신은 무엇을 먹고 있는가? 얼마나 먹고 있을까?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은 나를 위한 작은 선택에서 출발한다. 


오늘부터 시작할 나의 변화는?



집 가는 길에 샐러드 사야지...


참고

Wansink. B. The bottomless soup bowl. Mindless eating: why we eat more than we think. Bantam Books, 2006. Excerpts

Wansink, B. (2004). Environmental Factors That Increases the Food Intake and Consumption Volume of Unknowning Consumers. Annual Review of Nutrition, 24(1), 455-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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