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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택근 Sep 06. 2021

Life in Scotland Episode 2

익숙해지기

자가격리 1일차 아침 7시경

- 2021. 9. 4. 토요일 -> 자가격리 1일 차. 걱정하던 것과 달리 잠을 굉장히 잘 잤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오랫동안 푹 잔적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밤 12시 이전에 잠들고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는 생활패턴이었어서 그런지 영국에 오니 저녁 7시 즈음 되면 잠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온다.

글쓰기, 아침 묵상하기

커튼을 치고 창문도 연 후 책상 앞에 앉았다. 생각보다 찬 바람이 코를 찔렀다. 이곳 책상은 앞에 앉을 만한 맛이 난다. 노트를 피고 글을 주저리 적었다. 아침마다 성경말씀을 묵상하기에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묵상을 했다. 

자가격리 코로나 검사 키트

코로나 검사 키트가 왔다. 영국에 도착한 날부터 해서 2일 안에 코로나 검사를 직접 하고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 검사 키트가 오자마자 바로 했다. 한국에서 코로나 검사를 이리저리 어쩌다 보니 5번 정도 했던 것 같다. 검사받는 게 아프거나 하진 않고 후딱 해버리자는 여유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혼자 직접 한 검사도 나쁘진 않았다.

검사를 하고는 우체통까지 직접 나갈 수가 있는데 좀 멀리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걸어서 3분 거리였다. 왕복 6분 정도는 그래도 나가서 자유다. 밖에 나가는 순간 방 안에 있었을 때보다는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우체통을 찾은 순간 살짝 무서웠다. 우체통 바로 앞이 맛집인가 보다. 자가격리 끝나면 나중에 한번 가봐야겠다. 사람들이 줄 서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고 밖에서 음식을 먹는 청소년들도 보였다. 나이 서른 먹은 한국 아저씨가 지나가는데도 영국 청소년들은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나는 꼰대인가 보다.


침대
자가격리 2일차 아침

2021. 9. 5. 일요일 -> 자가격리 2일 차 아침이 밝았다. 새벽 4시인가 일어났는데 바로 사진은 못 찍고 오전 7시경의 모습이다. 전 날 저녁 7~8시 즈음 일찍 잠들었더니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한국 시간은 오후 12시. 한창 오전 예배들을 드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바로 핸드폰 유튜브 열고 온라인 예배에 참여했다.

아침 식사
아침식사

예배를 드리고는 아침을 먹었다.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직은 적응 중이다. 파스타 소스보다는 빈즈를 부어서 먹어도 맛있겠다 싶어서 파스타 면을 삶고(파스타 면 삶기 위해 물 끓이고 파스타 넣고 기다리는 여유가 없다면 파스타에 물을 부은 후 바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10분 정도 돌리면 엄청 쫄깃쫄깃한 파스타가 나온다.) 그 위에 따듯한 빈즈를 덮이고 치즈 몇 조각을 올린 후 전자레인지에 1~2분 정도 돌려 먹었다.

Heri 친구가 해준 파스타보다 내만든 게 훨씬 맛있었다.(자취 10년 차 한국인의 요리 부심.) 차는 페퍼민트 티. 사과는 남아프리카에서 수입했다는 청사과. 과자로는 Walkers에서 나온 치즈 과자였는데 생각보다 별로다. Walkers에서 나온 감자칩들도 나중에 사 먹어봐야겠다.


한국에 쿠팡이츠가 있다면 영국에는 우버이츠!!
Sainsbury's 에서 구매한 식료품들

주말 오후다 보니 심심했다. 나가서 돌아다닐 수도 없고 침대에 누워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영상들만 하루 종일 볼 수도 없고 해서 재미로 우버이츠 앱을 다운 받고 들어가 보았다. 따로 배고프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앱을 열어보니 맛있어 보이는 게 어찌나 많던지. 영국 맥도날드는 어떤 맛있까? 영국 KFC는 닭이 한국보다는 클까? 영국 스타벅스에서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까?

스타벅스를 클릭하고 메뉴를 봤는데 아아는 없었다. 아니면 못 찾은 걸까? 한국에서 스타벅스 앱 열면 아아가 제일 상단에 1위 메뉴로 나오는데, 여기는 아아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심지어 아이스 추가도 없었다. 흠.. 뭘까.

Sainsbury's 가 근처에 있어서 한국 농심 신라면도 파려나 싶어서 클릭해봤다. Noodles에 일본 라멘 다음에 신라면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나에 95 cent. 한국 돈으로 1500원~1600원 사이었다. 컵라면 치고는 한국보다는 비싼데? 싶지만 이제 익숙해져야지. 바로 7개 구매를 했다. 추가해서 탄산음료와 물도 구매했다. 계속 파스타와 치즈를 먹어 느끼한 탓인지 탄산음료도 필요해서 제일 싼 걸로 주문했다. 물은 탭 워터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생수를 따로 구매했다. 그리고는 귤. 자가 격리하는 동안 햇빛을 많이 못 받으니 과일을 많이 먹어야지. 그리고 달걀도 12개 한판 구매했다. 나중에 계란 후라이를 해 먹어도 되고 라면 끓일 때 넣어 먹어도 되고 맛있겠다. 과자도 몇 개 구매했다. 자가 격리하는 동안 심심하니 한국에서는 잘 안 하던 군것질이 당긴다. 

총 14.83 파운드다. 첫 구매여서 그런지 우버이츠에서 10파운드 할인을 해주었다(쿠팡이츠처럼). 한국 돈으로 24,354원이 빠져나갔다고 바로 신한에서 알람이 떴다. 참 좋은 세상이다. (얼른 영국 은행을 열어야겠다. 수수료....)

이걸로 5~7일은 버텨줄 테니 마음이 놓인다. 쿠팡이츠처럼 저렇게 언제 도착 예정인지 알려준다. 더 신기했던 건 누가 배달을 하는지 배달해주시는 분의 사진과 간략한 상세정보도 같이 알려준다. 배달해주시는 분에게 직접 연락해 주문할 때 잘못 적었던 주소나 그 외 요청사항들을 연락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개인 정보 때문에 민감한 부분이긴 하지만 여기는 앱을 통해서 연락을 하는 거니 편리하고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배달이 왔다. 친절하게 문 앞에 놓아주시고 문 노크해주시고 거리두기 하시더라. 문 열자마자 후다닥 내려가시는 배달원 형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팁을 주겠냐는 우버이츠에서 알람이 떴다. 그래, 이제 팁 문화에 익숙해져야지 싶어서 3~4파운드 팁을 보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너무 쉽게 팁이 결제가 되었다. 나중에 나도 일을 하게 되면 팁을 많이 받겠지?

물건을 정리하는데 다른 건 눈에 안 보이고 신라면만 보였다. 얼른 먹어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신라면 해외판

외형은 이렇게 생겼다. 한국의 신라면 컵과는 비슷해 보이지만 뭔가 더 반들반들해 보였다. 한국에서 파는 상품들보다 더 좋아 보이는데 왜 그런 걸까? 안의 내용물들도 장난 아니다. 이 정도면 진짜 한국에서 컵라면 먹었던 것이 서운해질 정도다. 이렇게 건더기가 풍성하게 들어간 신라면은 처음 본다.

허겁지겁 신라면

바로 물을 끓이고 라면 먹을 준비를 했다. 원래 면거의 불을 정도로 푹 익혀서 먹는 걸 선호하는 편이지만 너무 맛있어 보여서 면도 덜 익은 상태에서 흡입을 했다. 외국에서 먹는 라면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외국에 내보내는 신라면을 더 맛있게 만들어서 수출을 하는 건지는 몰라도, 진짜 맛있었다. 한국 생각이 전혀 안들 정도로 Homesick을 해결해주는 맛이었다.


다음에는 우버이츠로 배달음식을 시켜먹어 봐야겠다.


자가격리 8일이 남았다. 자가 격리하면서 살이 더 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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