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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수첩

#7 喜 기쁠 희

by 심택근

- '희'란 무엇인가?


희(喜)는 기쁨과 행복의 '감정'이다. 단순히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넘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중요한 감정이다. 비록 인생이 고통스럽더라도 사소한 기쁨 하나로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희'를 필요로 할까? 그리고 이 감정을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을까?


Sanzio_01_Plato_Aristotle.jpg Plato (left) and Aristotle, detail of The School of Athens by Raphael

- 철학적 관점에서 본 희

1.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는 '희'를 인간 존재의 결점과 불완전함을 드러내면서도 고통스럽거나 조롱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예술 형태로 보았다. 그는 '비(悲)'와 마찬가지로 웃음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감정을 정화(카타르시스: 연민이나 공포를 통해 정서를 정화하는 것)하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희극은 열등한 인물들을 모방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열등함'은 도덕적 악이나 심각한 결함을 의미하지 않으며, 고통이나 상처를 주지 않는 가벼운 결함이나 우스꽝스러움(추함의 하위 개념)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희극적 가면은 못생기고 일그러진 모습이지만, 그것이 보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는 않는다." (시학(Poetics), Chapter 5, 1449a)


2. 플라톤
플라톤은 <국가론(The Republic)>에서 예술의 모방(mimesis)에 대해 논의하며, 모방이 진리에서 멀어지게 하고 인간의 이성을 흐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비극과 희극을 포함한 예술이 과도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할 경우, 개인의 도덕성과 공동체의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또한 <필레부스(Philebus)>에서 희극적 웃음을 악의적 즐거움으로 분석하며 "웃음은 다른 사람의 자기 자신에 대한 무지와 결점을 조롱하며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플라톤은 이 과정에서 관객이 도덕적으로 우월감을 느끼고 타인의 무지에 기뻐하는 점을 악덕으로 간주했다. 그는 이러한 웃음을 고통과 쾌락이 섞여 있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묘사했다.


*우월감 이론(Superiority Theory)
우월감 이론은 웃음을 타인의 결점이나 약점에서 비롯된 우월감으로 설명한다. 즉, 사람들이 자신보다 열등하거나 결점을 가진 사람을 볼 때, 우월감을 느끼며 웃음을 유발한다고 본다.


이 이론은 현대 코미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의 웃음은 단순한 즐거움일까, 아니면 타인의 결점을 보며 우월감을 느끼는 방식일까? 한국의 코미디는 종종 남을 깎아내리거나 결점을 드러내어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허세를 부리고 허풍을 떠는 인물의 모습이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점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관객들이 그런 인물에게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하며, 결국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향해 웃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코미디는 최근 '공감'을 중요한 요소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MZ세대의 행동을 과장되게 연기하며 관객들이 '우리도 정말 저런가? 맞아!'라고 느끼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웃음은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자기반성과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준다.


플라톤이 현대 한국 코미디를 본다면, 아마도 그의 철학적 관점에서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대 코미디가 단순히 비웃음을 넘어 '공감'을 형성하고 자신의 모습을 탐구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그의 코미디에 대한 견해에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어 줄 수도 있다 생각한다. 웃음이 단순히 타인의 결점을 조롱하며 생기는 악의적 즐거움이라고 평가하기보다는 웃음을 통한 성찰과 공감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질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 고대 그리스의 희극

약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희극은 인간의 삶과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아리스토파네스와 같은 작가들은 변두리(Kome)에서 들려오는 노래(Aoidia), 즉 '변두리의 노래(Komoidia)'를 통해 비주류의 목소리를 전했다.


1. 주류에 맞선 비주류의 노래
희극의 주인공들은 주로 농부, 여성, 노예 등 당시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었으며, 그들은 주류 사회를 조롱하고 권력을 풍자하며 관객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타(Lysistrata)>는 여성들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남성 중심적 권력 구조를 풍자했다. 또한 <구름(The Clouds)>은 철학과 교육을 풍자하며 소피스트들의 논쟁을 희극적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당시 아테네 사회의 문제를 풍자적으로 드러내며 대중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2. 희극의 구조적 특징
희극은 파라바시스(Parabasis)처럼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경계를 허물었다. 이는 현대 코미디의 4번째 벽을 깨는(Breaking the 4th Wall) 기법과도 유사하다. 이는 당시 시인들이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을 직접적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게 한 장치였다.


또한 결말에서의 축제와 연회는 공동체의 결속을 상징했다. 이러한 축제 장면은 단순히 극의 종료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극 중에서 나타난 갈등과 문제를 화합과 기쁨으로 마무리하며, 관객들에게 공동체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리시스트라타>에서 전쟁을 중단하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축제를 벌이는 장면은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희극이 단순히 웃음을 넘어서, 관객들에게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넘어선 화합의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기능을 했음을 보여준다.


3. 희의 카타르시스

비극이 슬픔을 통한 정화를 제공했다면, 희극은 웃음을 통해 정화를 제공했다. 이는 단순한 기쁨 이상의 깊은 정서적 변화를 가져왔다.


- 왜 우리는 희를 필요로 하는가?

'희'는 단순히 즐거움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연결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과 예술가들이 탐구한 것처럼, 희는 우리의 결점과 한계를 직시하면서도 삶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결국, 우리는 왜 웃음을 갈구하는가? 왜 기쁨을 추구하는가? 그것은 인간이 삶의 고통과 어려움을 넘어, 더 나은 자신과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본능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리는 함께 웃고 즐기며 우리는 자신을 치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나아갈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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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희극 작가들과 작품들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희가 그 시대와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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