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기로 한 이유
삶은 어떻게 보면 필요로 인해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물건이 필요해서 만들고 또 사고, 돈이 필요해서 벌고, 갖기 위해 쓰고, 써야 할 필요가 있으니 벌어 경제가 구성된다.
사랑이 필요해 사랑하고, 갈구하고, 주고, 받으며 상처와 애정과 치유가 교차하는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삶과 필요의 관계가 어떤 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삶이 필요의 충분조건이라면, 필요가 없다면 그것은 삶이라 말할 수 없다는 논리적 명제가 성립한다.
만약, 내가 나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나는 나에게 '쓸모'가 없어 '필요'하지 않은 존재라면.
그렇다면 내 삶은 필요의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삶이 필요의 충분조건이라는 전제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삶은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절대적인 삶의 존재를 조건문에 넣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삶의 지속은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것을 판단하고자 하는 어떤 시도도 헛되고 무익한 것이다.
냉정해 보일지라도 이것이 어떤 이에게는 (내일도 멀다) 오늘을 버틸 이유가 된다.
삶에서 '필요'를 느낀다는 것은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거나, '필요'를 채워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훌륭하다.
그러나 삶을 대상으로 필요를 논할 근거는 없다.
삶은 필요를 공급할 뿐, 그 수요자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