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는 마음은 전하고 싶지 않다_
봄 꽃눈이 나리는 겨울스러운 계절을 축제로 여는 사람들이 있다.
봄이 되면, 수없는 꽃잎들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열광적 컨페티로 느끼며 한껏 누리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이때에, 나른한 시절의 도래 위 우울의 누룩이 피어 걸음조차 내딛기 무거운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이 자연이 데려온 예술을 마음껏 즐기도록 잠시 막아둔 도로에는 꽃보다 환한 웃음을 사진에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무심한 얼굴을 하고 스쳐가는 반투명의 존재들이 있다. 빠르고 투명하지만 정적이고 무거운 그들의 마음의 추는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일 것이다.
그래서 나풀대는 꽃잎들로는 결코 그들의 마음을 살랑이게 할 수 없으리라.
그 후텁지근한 침묵을 무리해서 깨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이들처럼 이 시간을 만끽하고 즐기라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지만, 잠시 그 이름을 불러 뒤를 돌아보게 하고 싶다.
아직 꽃가루가 닿지 못한 마음에 세상을 관통하는 빛을 전해주고 싶다.
추를 떼어줄 수 없다면 띠를 둘러 꾸며라도 주고 싶다.
원하지 않는 마음은 전하고 싶지 않다.
다만, 따스한 볕이 서늘한 그늘보다 가끔은 마음을 더 시원하게 해주기도 한다는 말을,
바람으로 불어 보내주고 싶다.
바닥이 없는 땅을 걷는 기분을 사실 나도 알고 있다고,
떨어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기이한 걸음을 걸은 적이 있다고 말해보고 싶다.
그래서 더욱 흐릿해지는 스스로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지만,
지난한 계절의 반복을 애써 멈춰보려 만들어낸 추가,
삶을 계속하려는 당신의 노력의 위대한 결실임을 이해한다고,
한 번쯤은 전해보고 싶다.